조선 시대 3대 풍속화가로 알려진 혜원 신윤복과 단홍 김홍도,긍재 김득신중 속화로 유명한
혜원 신윤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이정명 작가의 원작 '바람의 화원' 과 동명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이 제자된 가운데 다른 관점의 시선을 조명한 영화로서 개봉한 이
영화속 신윤복에 대한 초점은 '사랑' 에 있다. 멜로적인 시각으로 조명한 탓에 에로티시즘이라
는 홍보문구가 주연배우의 노출연기에 따른 관객유취를 노린 광고가 눈쌀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송혜교와 유지태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황진이' 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황진이도
'사랑' 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영화였던것 만큼 신윤복의 유명한 그림 한점을 제목으로 둔
이 영화의 전개와 닮은 점을 찾을수 있었던 탓이다. <파랑주의보><식객>의 전윤수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설정 중 태반은 확인되지 않은 팩션이다. 사실과 픽션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설정은 단홍 김홍도의 제자로 설정된 혜원 신윤복의 이야기, 도화서
화원 첨사 신한평의 아들이었던 신윤복의 이야기를 신윤복의 여동생인 가상의 인물을 신윤복
으로 둔갑시켜 버린것은 지나친 설정이라는 화살을 피할수 없다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화의 기본적인 '창작' 의 요소는 그러한 비난의 논란에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판단에 있지 않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한평과는 같은 궁중 화가로서의 친구인 김홍도를
치정에 얽히고 섥히게 만들었다는 논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영화는 픽션의 설정속에서
여인의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과 아버지 신한평의 기대를 몸에 받아 도화서 화원으로서
의 삶을 살아가는 한명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비치고 있다.
<주유장강><단오풍정><월하정인><월야밀회><쌍검대무>등 신윤복의 그림이 그려지게 된 이야기를 담고 가상의 인물이자 청동거울을 만드는 강무(김남길), 김홍도를 사모하는 질투의 마음을 담은 가상인물 기녀 설화(추자현)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사랑' 에 초점을 두고 얽히고 섥히는 관계를 담아내는데 과하다 싶을정도로 틀어진 가공적 이야기는 하나의 가능성에 뿌리를 둔 새로운 창작의 느낌으로 영화가 힘을 얻지 않았나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그렸다' 는 영화속 신윤복의 대사가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은 팩션이라 하더라도 영화속 설정속에서재탄생된 신윤복의 초점이 '사랑' 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짜여진 팩션이 아니라 팩션을 중심으로만들어진 사랑과 질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자 신윤복(김민선)을 향해 모든 애정을 마음에 품고 있는 스승 김홍도(김영호)와 신윤복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청동거울을 만드는 강무와의 인간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신윤복, 김홍도에 대한 애정을 품은 설화가 질투에 사로잡혀 파국으로몰고가는 일련의 사건들의 흐름이 있다. 김홍도는 여기서 살인자에 제자를 강제로 품으려 하는 파렴치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그 밑바닥에 있는 것은 '사랑' 에 있음을 보여주려 한 영화의느낌은 철저한 팩션속에서도 예술가로서의 삶을 택한 그들도 '사랑' 앞에서 한낱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도한 정사신 묘사와 음란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짙은 에로티시즘적 영상도 들어있기도 하지만 현대의 영화속에서 상업적으로 비춰지는 부분들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신윤복을 예술가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비춰보려고 했다는 설정과 이야기자체가 충분히 영화로서 볼만한 재미를 충족시켜 주지 않았나 싶다. 그렇기에 윤복이 마지막에 강물에 흘려 보내는 한 폭의 '미인도' 또한 '사랑' 이라는 이름앞에 의미있게 가슴속에 자리잡을 듯 하다. 팩션에 실망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인간적인 사랑의 끌림에 방황하는 남녀들의 로맨스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권할만한 영화라는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