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해서 지구인들이 교훈을 얻겠니???.. ★☆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며, 오히려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숱한 영화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이런 소재는 공포영화 소재로 적합해서, 1999년에 만들어진 전형적인 B급 호러 영화 <바이러스>의 외계 생명체는 인간을 바이러스(지구를 좀먹는)로 규정하고는 무차별적인 인간사냥에 나서며, TV 시리즈인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 중에서도 <스크루플라이> <죽음의 모피코트> 등이 환경 파괴와 관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포 영화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인 <지구>나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강연을 담고 있는 <불편한 진실>도 결론적으론 “인간들이여! 제발 지구 파괴, 환경 파괴는 이제 그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미확인 물체(스피어)가 뉴욕 센트럴 파크에 나타나고, 이곳에서 걸어 나온 외계 생명체는 지구인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구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와 외부와의 접촉을 금지시키고 방문 목적 등에 관한 진술을 들으려 한다. 그러나 클라투는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와 자신을 도운 우주 생물학자인 헬렌(제니퍼 코넬리)과 의붓아들 제이콥(제이든 스미스)과 함께 정부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클라투는 지구인들에게 희망을 발견한다.
<지구를 멈추는 날>은 1951년작 <지구 최후의 날>의 리메이크 영화로서 원작의 외계인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의 중지를 충고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중단되기는커녕 더욱 더 확대되어 왔으며, 이제는 별다른 관심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만큼 내성이 생긴 것일까. 이제 인류와 지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건 환경 파괴다. 이미 그 징후들이 여기저기 나타난 지 오래다. 화수분이라도 된 것처럼 흥청망청 써버린 덕에 지구의 화석 연료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오존층은 파괴되었으며, 온난화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외계인은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하고 다시 지구를 찾는다.
근데, 이 외계인은 그 엄청난 과학 발전과 비교해 너무 순진무구하다.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조차 의문이다. 게다가 인류가 자행하고 있는 환경 파괴에 경종을 내리기 위해 찾아왔다면 최소한 대표적인 환경운동단체나 동물보호단체 정도는 면담하고 그곳에서 희망을 찾든가 해야 될 텐데, 기껏해야 장기 암약 외계 간첩 한 명의 구두 보고로 인류와 인류가 만든 구조물들을 없애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클라투는 자신을 도와준 헬렌과 제이콥의 대화와 화해를 지켜보며, 지구인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되고 공격을 중단한다.
고작 자신을 도와준 두 명의 인류를 보며 희망을 느낄 정도로 순진무구한 외계인이라니, 이런 정도의 외계인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침공한다 해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겠다. 무기는 필요 없다. 그저 한 두 명의 말빨 뛰어난 사기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솔직히 <지구가 멈추는 날>의 스토리나 내러티브는 민망할 정도로 부실해 말할 가치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렇다면, 장르가 블록버스터인 만큼 대단한 볼거리라도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이 영화의 볼거리는 예고편에 다 나와 있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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