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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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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3 오전 11:4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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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영화들은 어째 복고풍 열풍이다라는 느낌이다.(작년에 조폭이 유행이었던 것처럼) 그것도 70년대를 전후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바로 그들이 살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대학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 가슴 속 깊은 곳까지 공감을 자아내는 그런 복고풍이 말이다. 이제 막 개봉한 <묻지마 패밀리>, 70년대를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이 아마도 중 고교 시절을 보냈을 즈음의 이야기를 그 무렵 그들의 나이또래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첫 번째 에피소드를 꾸미고, 그들이 첫사랑을 나누었던 즈음의 향수로 마지막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또한 최근 개봉한 <오버 더 레인보우>는 주인공이 과거를 되집어 가는 형식으로 은근히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 시절의 그때의 소품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주인공의 첫사랑에 대한 미스터리를 집어 가는 과정과 더불어 주인공이 아름답게 생활했던 90년대 전 후반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그림처럼 그림으로써 그 시절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첫사랑의 향수와 더불어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의 아름다웠던 청춘을 회상하게 했었다. 아마도 70년대 전 후반에 태어나서 80년대에 중, 고교시절을 보내고 90년대 전후에 대학생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 두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나의 추억의 어린 시절이나 대학시절로의 추억여행을 한번쯤이라도 다녀왔을 법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묻지마 패밀리>를 제작한 장진감독이나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도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들로 그 시절에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감독들이어서 아마도 그들은 그들의 향수가 담긴 그런 영화를 완성하여 관객과 공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연배의 한 사람으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였던 옛날 이야기가 너무도 반가웠던 사람 중에 하나다.)
여기 또 한편의 복고풍 영화(솔직이 극도로 촌스러운 영화라 이야기 하는 것이 옳겠다.) 한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 이름도 촌스러운 <해적, 디스코 왕 되다>. 제목 속에 등장하는 디스코라는 단어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관통하는 춤이 테크노였다면 디스코는 70년대 후반과 80년대를 강타한 춤이므로) 영화는 80년대 초반이 시간적 배경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 시절을 대표하는 달동네가 공간적 배경이다. 영화는 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여러가지 장치들이 등장한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지워질 법도 한 똥퍼 아저씨, 그 시절 인력수출 붐으로 동남아시아에 돈 벌러 간 남편을 둔 아주머니와 그 아주머니의 춤바람, 어설픈 춤 선생(일명 제비), 디스코의 열풍을 몰고 온 디스코텍, 병 포장된 서울우유, 시멘트로 만들어진 쓰레기통,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굉장한 비탈의 골목길 그리고 로맨틱한 건달 등 등… 10년쯤 전 한석규씨가 스타덤으로 오르게 되었던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가 연상될 정도로 영화는 그 드라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아주 닮아있다.
영화는 80년대를 관통하고 살았던 사람에게는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신선함으로 다가올 법하다. 하지만 정작 그 시절을 관통한 나에게도 그 시절의 모습들이 생소하기까지 하다. 시간의 흐름보다 더 급변해 버린 환경의 변화는 우리가 과연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80년대 정말이지 못살았던 그 시절을 우리들은 너무 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정말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친숙한 장면 그리고 모습들은 나의 어린 시절의 바로 그 모습으로 무척이나 따뜻한 추억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굉장히 먼 옛날의 과거지사처럼 생소한 느낌도 준다. 잊어버리지도 잊고 싶지도 않은 포근한 그 시절이 왜 이리도 먼 옛날의 이야기 같던지…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달동네 싸움 짱 해적, 봉팔 성기는 우정으로 맺어진 삼총사다. 수업을 재낄때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때도, 패싸움을 벌일때도, 술을 마실때도 그들은 들 함께다. 든든한 해적이 있어서 봉팔, 성기는 늘 의기 양양하다. 그러던 어느 날 터프가이 해적을 한눈에 사로잡은 여성이 나타났으니 그 여성이 봉자. 바로 봉팔의 여동생이다. 봉팔이 아무리 일을 해도 다치신 아버지 병원비를 벌지 못하자, 봉자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술집에 나가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안 해적이 봉자를 구하기 위해 봉자가 팔려간 디스코텍 사장과 한 판 붙는 과정에서 디스코텍 사장이 해적에게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해적이 우승하면 봉자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계기로 로맨틱한 해적은 사랑하는 봉자를 위해 디스코에 입문(?)하게 되고 결국 그의 사랑도 이루고 주변인물들도 잘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80년대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아주 잊혀져 버린 많은 그 시절 향수를 건드리면서 관객들을 그때 시절로 인도하는 데는 성공을 하고 있지만 재미나 완성도로 관객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 부족한 캐릭터. 극을 이끄는 우리의 주인공 해적.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하지만 아름다운 여성 앞에선 한없이 부드러운 로맨틱하고 의기탱천한 해적 역의 루키 이정진. 그는 이보다 더 적역일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지만 정말 해적다운 그 역에 딱 어울리는 모습을 선보인다. 하지만 신인이어서 그럴까? 초반부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특히 액션 장면에서 웬지 짜고 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이 계속해서 들더니 마지막의 디스코를 추는 장면은 정말이지 어색하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은 춤과 하나가 되질 못한다는 느낌이다. <해적, 디스코 왕 되다> 라는 제목이 무색해 질 정도로…. 성기, 양동근. 구리구리 성기는 싸움을 할 때면 뒤로 물러나고 싸움이 끝났을 즈음이면 뭔가를 한 것처럼 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전형적인 얌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픔이 있다. “어머니를 부탁한다” 라는 한 말씀을 남기시고 더운 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나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맘도 모르고 춤바람이 나셨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가지는 성기. 그래서 어머니의 춤 선생을 찾아가 혼내 주기는 하지만 그는 폼만 잡고 모든 것은 해적의 몫. 어쩐지 시종 어설프고 폼만 잡는 성기의 모습은 영화 속에 깊게 녹아들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만약 성기라는 캐릭터는 없애고 줄거리를 진행한다고 해도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그의 배역은 영화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봉팔, 임창정. 이 영화에서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캐릭터가 임창정이다. 그는 영화를 위해 순진하지만 바보스러운 봉팔의 모습으로 철저히 변신(?)한다. 촌스러워 보이는 바가지머리,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면발이 튈정도로 흥분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아버지의 병원비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는 봉자 앞에서 몇 푼 안되는 돈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봉팔의 모습은 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웠다. 배우 임창정은 영화를 위해 철저히 바보로 망가지는 프로의식을 보여준다. 마론인형, 봉자. 해적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쁜 봉자역의 한채영은 정말이지 예쁜 인형과 같고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 아픈 아버지를 걱정하는 속 깊은 딸, 터프가이 해적을 디스코 왕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그녀는 어째 영화 속에서 활기찬 모습의 사람 같다기 보단 인물들의 배경이 되는 인형 같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영화 속에선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할 줄 아는 그런 여성의 이미지를 보이지만 정작 하는 행동은 이도저도 아무것도 아니다. 어째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느낌. 말로는 자신의 힘으로 힘든 자신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곤 하지만 행동은 멋진 왕자님(해적)이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모습의 여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따라서 봉자역의 한채영은 해적이 반할만큼 예쁜 여성의 모습은 될 수 있어도 관객에게 인상을 주는 캐릭터는 되지 못했다. 그 외의 조연들 봉팔 아버지, 김인문. 그의 역할은 다쳐서 그의 자식들을 생활전선으로 내모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역할 만 하기엔 그는 너무 노장. 디스코텍 사장 이대근. 첫사랑을 간직한 왕년의 춤 꾼으로 로맨틱한 모습의 이 보스는 해적을 디스코 경연대회로 이끄는 장본인. 하지만 봉자를 두고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은 이 사람이 봉자를 왜 자신의 클럽으로 불러들였는지가 정말이지 의문이다. 해적을 디스코에 입문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만이 보일 뿐. 춤 선생 정은표. 첨엔 성기의 어머니를 가르치는 춤 선생을 성기와 해적에게 크게 혼(?)이 나더니 나중엔 디스코에 입문하려는 해적을 가르치는 의리파 선생으로 돌변한다. 동네언니 애란, 이혜영. 봉자를 술집으로 불러들이는 결정적 역할 만을 할뿐. 별볼일 없는 캐릭터. 야씨 룸싸롱 주인 안석환. 그 역시 봉자를 자신의 업소(?)로 불러들일 뿐 영화의 주변만을 맴돈다. 영화는 영화를 이끄는 해적 삼총사와 봉자 외에도 김인문, 이대근, 정은표, 안석환, 이혜영 김영애 등 괜찮은 조연급들이 포진하며 영화에 힘(?)을 실어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의 힘(?)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이들의 캐릭터에 힘을 주어야 할 감독은 주인공의 캐릭터에, 그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줄거리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그들을 이용(?)해서 극을 좀더 윤택하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망각해 버린 것처럼 주인공(특히 해적)에만 집중을 하지만 디스코에 융화되지 못하는 해적의 모습 때문에 영화는 점점 겉도는 느낌만을 줄 뿐이다.
약간은 억지스러워 보이는 줄거리. 해적은 동네 짱이다. 그는 봉팔과 성기를 거느리고(?) 동네를 누빈다. 그는 학생이지만 학업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친구의 일에 내일처럼 나서고 미용실을 하시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어쩐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도대체 그는 무얼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인지…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디스코텍 사장 이대근. 그는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사는 로맨티스트. 늘 첫사랑 여인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어느 날 그녀와 꼭 닮은 여성을 찾고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서 무얼 바라는 것인지…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디스코 경연대회. 은근히 기대를 했던 마지막 디스코 경연대회는 디스코를 보여주는 건지 난장판을 보여주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어수선했다. 춤을 추는 무희들의 모습은 어설프고 가끔 보여주는 관객들의 모습도 어쩐지 뜬금없다. 그 와중에 대회를 망치려는 배사장(안석환)의 모습까지 곁들여지고 마지막에 출전한 해적의 춤은 끝을 맺지 못하는 등. 영화는 그 어떤 것도 완전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보인다. 춤을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지도 못한 그가 과연 사랑에선 완성을 할 수나 있을지….
전체적으로 엉성하기만 한 구조에 괜찮은 배우들을 썼음에도 그들의 캐릭터를 살리지도 못한 영화가 80년대의 향수만을 무기로 관객들을 얼마나 불러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관객의 수나 그것을 신선하게 느낄 신세대의 수도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영화의 질이고 완성도이다. 순간적인 상황이 빗어내는 웃음이나, 80년대의 향수만으로는 영화의 러닝타임은 너무도 길어만 느껴질 것이 분명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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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Hae-jeok, Disco King)
제작사 : 기획시대 / 배급사 : A-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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