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유머,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면... ★★★
코미디 영화는 다른 장르의 영화에 비해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기본적인 정서에 차이가 나는 외국 코미디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확실히 한국이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어릴 때부터 미국 영화를 많이 접하며 크다 보니, 미국식 유머에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트로픽 썬더>는 분명 재밌는 영화다. 미국식 유머, 코미디 영화에 익숙하거나 즐기는 사람이라면.
미국 코미디 배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벤 스틸러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트로픽 썬더>는 최근 한국 TV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잔혹판 <1박 2일>이랄까.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장. 액션 스타 터그 스피드맨(벤 스틸러), 캐릭터를 위해 흑인으로 수술까지 감행한 연기파 배우 커크 라자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뚱보 코미디언 제프 포트노이(잭 블랙) 등이 캐스팅되었지만 초짜 감독은 이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휘둘리다가 급기야 엄청난 제작비를 탕진하고 만다. 제작자 레스 그로스맨(톰 크루즈)에게 심한 질타를 받은 감독은 원작자인 클로버(닉 놀테)의 권유를 받아 들여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배우들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밀림 속으로 이들을 데리고 간다. 모든 게 가짜라고 확신한 배우들은 마약 밀매 업자들을 영화 속 베트콩으로 오인하여 전투를 벌이지만, 터크 스피드맨이 사로잡히고 나서야 이 모든 게 사실임을 알게 된다.
일부에서 얘기되는 이 영화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좀 민망하다. 분명 <트로픽 썬더>가 헐리웃 영화 제작의 이면을 꼬집고 비틀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처음도 아니거니와 이 정도 수준의 꼬집기나 비틀기가 대단하다고 인정 해주기도 힘들다. 이건 그냥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서 충분히 가지고 놀 만한 재료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 의미 부여보다는 <트로픽 썬더>는 분명히 코미디 영화로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패러디 장면들, 예를 들면 <플래툰>에서 월렘 데포가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는 장면을 벤 스틸러가 두 차례나 똑같이 따라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뻔뻔스러움에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람보>처럼 양 손에 든 M-16 소총을 권총처럼 난사한다거나 심지어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처럼 밀림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며 철학적 대사들을 읊조리는 심각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긴 마찬가지다.
물론, 이 영화가 가장 웃기는 지점은 캐릭터 그 자체에 있다. 벤 스틸러, 잭 블랙(!)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나는 정말 잭 블랙이 좋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닉 놀테마저 기존 이미지를 뒤집으며 웃음 제조에 가담해 주신다. 특히 어느 누가 톰 크루즈를 이토록 망가뜨릴 수 있겠는가. 망가진 톰 크루즈만으로도 이 영화는 뒤집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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