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상처에 초연해서,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혹은 지나치게 유치해서 이 영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말이다, 청춘이란 건 원래 지나치게 무감각하고, 지나치게 눈부시며 지나치게 유치한 거다. 방금 상처 받고 돌아서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게, 바로 그게 청춘이다. 오히려 현실은 고통인거야, 하는 어른들의 말들이 청춘을 병들게 하고 인생을 어둡게 만든다. 상처가 있다고 보는 시선 때문에 진혁의 상처가 곪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청춘영화는 외치는 것이다. 달콤해서, 그래서 청춘인거라고.
#2. 이 영화에서 동성애 코드는 야오이 문화의 일환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앤티크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간 그의 작품이 보여 주었던, 동성애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선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고.. 감독의 의도대로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진정성 없이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3. 진혁의 선물 배달 시퀀스, 뮤지컬 시퀀스, 악몽 시퀀스, 유괴범 검거(?) 시퀀스에서 쓰인 키치한 느낌의 CG가 맘에 든다. 이 영화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이유도 이러한 장면에 있고, ‘유치하다’ 는 논쟁도 이러한 표현 기법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그리고 이런 표현 방법에 대한 평가는 취향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4. 주지훈과 유아인의 발전이 돋보였다. 주지훈의 연기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고 실제로 많이 노련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주지훈이 진정한 의미의 배우가 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그의 노력이 자신에게 부재한 선천적 재능의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듯하다. 한편 막내인 유아인은 네 명의 주연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주는데, 비중이 적어 다소 아쉽다. 무튼 두 배우 모두 또래보다 성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연기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앞으로 이 두 배우의 행보를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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