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앉기 전 - 원작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전4권)]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기대가 컸다. 이토록 동성애 코드가 강한 일본 만화가 일본보다 먼저 영화화되다니 신기했다(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든 바 있다). 게다가 예고편을 보니 주요인물 4인의 외모가 원작과 많이 닮아서 굿캐스팅이라고 좋아하고 있었다(그들의 연기는 일단 제쳐두고). 마성의 게이를 도대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극장에 앉은 후 -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박 겉핥기. 기대에 부풀어 수박을 반으로 쩍 갈랐는데 속이 텅 비어 있었던 것. 원작의 줄거리에만 너무 충실한 나머지 창작자의 상상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만화가 원작이므로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얼마든지 재해석이 가능했을 텐데 그런 소소한 부분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영화적 재미가 없었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는 잘 짜여진 스토리와 특유의 유머가 매력인데 영화는 시종일관 원작의 겉핥기만 하고 있었다. 그나마 언제 또 극장에서 이렇게 야오이삘 강한 영화를 보랴 싶어 그것에 위안 삼는다. 예전 [로드무비]의 화장실 섹스씬 같은 충격적인 수위는 아니었지만 그런 거친 표현 대신 예쁘게 포장된 동성애 코드가 제법 나와서 나 같은 동인녀들은 좋아했으나 내게는 위안이었던 그 모든 장면들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민망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남자관객들에겐 비추.
게다가 주연 4인의 연기가 시종일관 너무 오버되어 어색하고 겉돌아서 영화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말을 빨리하거나 억양을 세게 하는 것만으로 인물을 표현하려니 배우도 힘들고 관객도 힘이 든다. 하지만 그들의 비주얼만큼은 정말 원작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