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영화라지만, 원작을 읽지않은 본인으로써 영화의 설정이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다. 모두가 눈이 먼 도시... 그러나, 단 한명 나만이 눈이 멀지않았다는 사실! 모두가 같이 눈이 멀었다면 좋았을까, 아니면 나만이라도 멀쩡하게 눈이 보인다는 것이 나았을까...
당사자가 어떤 상황이든지 그 입장이 되지않으면 답할수 없겠지만, 적어도 눈이 나 혼자라도 보이는게 낫지않았을까 싶다.
단체로 눈이 먼 자들의 행태는 흡사 '사람이 아닌 본능만을 추구한 동물'과도 같았다. 그런 쪽이 되고싶었을까? 좀 추악한 인간의 막장본성을 보게되었더라도, 나 혼자 보이는게 나았을까... 본인은 후자쪽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뭐를 하든지 선택의 기회는 있지않았을까하는 마음에..
현실세계에서도 눈이 안 보이는 맹인분들이 계시지만, 모두가 단체로 눈이 먼다면, 꼭 저렇게 막장까지 극적으로 가게되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눈이 안보이게 된다는 설정은, 인간이라면 초기에 좌절감과 실망감 등 부정적인 마인드를 갖게되겠지만, 그렇다면 현실의 맹인분들이 모두가 그렇게 되야하는건 아니잖아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영화속의 문제는 '단체로 모두가' 맹인이 되었다는 것, 사회혼란이 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그나마 우성인자로 생각되는 '눈을 가진 자'들에 의해 '폐쇄된 공간'에 몰아넣어졌다는 점. 그것이 그들을 미치게 하고, 폭력과 카오스의 사회로 넣어버린듯 하다.
그 감옥같은 곳을 나오고, 그나마 자신들의 안식처와 공간 등을 확보하게 된 '줄리안 무어'일행 6~7명은 심신의 안식을 찾는다. 그리고, 그 외 사람들도 보면 감옥안에서처럼 심한 이상행동을 보이진않는듯하다. 눈이 안 보이는데, 몸까지 갇혀버린 상태... 그것이 '그들을 최악으로 몰아간 것이다'.
영화는 흥미롭게 막장까지 가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 일부는 그 막장을 보기힘들어하며 뛰쳐나갔다. 그러나, 본인은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스릴러나 미스터리가 아님에도 자리를 뜰수 없었다.
영화의 메세지는 마지막에 너무 확실하게 전한다. 물론 너무 확실하게 대사로 전해준거라, 관객들의 생각할 여지를 좀 빼앗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바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럼, 눈이 멀지않았던 나는, 무엇을 배운 것일까?"
혼자만 눈이 멀지않았던 '줄리안 무어', 그녀는 우리와도 같았다. 그 모든것을 두 눈 뜨고 보아온 관객. 그녀가 왜 눈이 멀지않았나는 영화를 보면서 중요치않았다. 궁금은 했겠지만, 그것이 포인트는 아니었다. 두 눈 멀쩡하게 뜨고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영화속 세상과 별반 다르지않다. 다만,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세계이기에, 좀 더 깔끔하게, 좀 더 아릅답게, 좀 더 번듯하게 꾸미고 살아갈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추태와 인간본성은, 크게 다르지않다.
두 눈 멀어져서, 뼈저리게 그 교훈을 배우기 전에, 두 눈 멀쩡히 떠 있을때 인간답게 제대로 살자. 영화는 그것을 말해주는듯 했다. 참으로 흥미롭게 메세지를 전해준 영화다. 원작 대단하다. 영화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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