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필자는 정말 훌륭하다는 이 영화의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음을 밝혀두지만..영화가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끊임없이 느껴지는건. 지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모든 장면들이 '책'속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거다. 영화는 책을 읽은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사람이건-을 떠나서 '이 영화의 원작이 그렇게 훌륭하다며?'라는 정도의 상식만 갖고 있어도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 참 어렵다는 걸 느끼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영화는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주인공 홀로 눈이 보이기 때문에 스크린에 투영되는건 그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을 그릴 수 밖에 없다는건 알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 어쩌면 영화가 단순하게 말하고자 하는것. 앞이 보이지 않음으로 일어날 수 있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말하고 싶었다는걸 상기시켜보면 영화라는 매체가 이 영화의 원작. 즉 책이 갖는. 책이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스크린에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었을 생각이 든다.
물론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벌어지는 영화속의 장면들중에는 다분히 시각적으로 도드라져야 관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존재함을 인정하지만, 그것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그다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원작과 가까웠을꺼야!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여주인공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하실로 서서히 들어가면서 스크린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소리로만 뭔가를 해결해야는 그 순간-정도라고 느껴질 정도이니. 원작이 주는 감동과 영화가 '줄 수 있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영화내내 느꼈다. 원작이 어떤식으로 전개가 되고 결말을 맺는지는 모르지만, 똑같은 얘기를 써놓았더라고 하더라도 영화만큼 진한 아쉬움은 들지 않을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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