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전에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소설을 물론 읽어보았다. 한국에서의 베스트셀러의 힘은 대단하니깐...
아무튼 원작 소설은 비현실적이고 묵시록과 같은 상황을 텍스트로 전달해서 그런지 꽤나 힘이 셌고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이나 개연성이 그닥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흡인력 또한 있었다.
올해 초반쯤 [시티 오브 갓]을 연출했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이 주제 사라마구 원작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연출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조금 더 지나자 깐느 영화제 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이라는 작품이 던져주는 매력과 뛰어난 영화적 리듬 그리고 강렬함이 너무나 매혹적이었고 그 작품을 통해 이 감독을 주목하게 됐다. 이후 그의 다음 작품을 목매 기다렸지만 좋은 연출자는 설렁설렁 만들지 않는 법인지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역시 원작이 있는 작품인 [콘스탄트 가드너]를 연출한다고 들었다. 좀 생소했다. 르 카레의 원작 소설은 스파이 소설인데 이런 것도 역시 잘 만들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 섞인 의구심 정도? 영화가 개봉되자 마자 극장에 달려갔다. 영화는 전형적인 스파이 무비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고 영화가 다 끝나고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지만 소포모어 징크스 정도는 턱걸이 수준정도로 넘어선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나쁘진 않았다. 역시 다음 작품을 다시한번 기대해보자는 기대감으로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봤지만 올해 눈먼자들의 도시를 개봉하자마자 역시 달려가서 본 결과는 여기 글 쓰신 분들의 평점들과는 달리 상당히 참혹했다. 이 영화는 솔직히 재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감독의 역량 부족과 거대해진 규모에 감독이 짓눌리고 있음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눈 먼자들의 시점을 볼 수 있는 뿌연 화면의 시도 자체는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영화의 기조인 컬러 톤을 이로 설정한 것은 좀 아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로써 우선 영화 전반적으로 상당히 어수선해졌다. 또한 (감독이 원작 소설이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진 모르겠지만)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오면서 감독의 독자적인 해석이 휘발돼버렸다. 소설은 글자 그대로 문자 즉 텍스트를 조각하고 세공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를 영화로 그대로 가져올 떄는 상당히 조심해야한다.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라는 큰 틀에서의 공통점을 빼고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처럼 뛰어난 원작 소설을 영화화할 때는 원작 소설을 훨씬 뛰어넘는 상상력과 감독의 해석이 들어있어야만 영화 자체의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할 말이 많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수용소에서의 생활에서의 개연성과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주인공때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수용소에서의 어이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 한마디만 얘기해볼까 한다. 감독이 간과한 부분! 수용소에서의 전반적인 주인공인 아내의 행동은 히어로로 묘사돼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그런 히어로로서의 역할에 스스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또한 수용소를 점령한 이들이 좀 더 강력하고 전체 수용소를 거의 장악하게 됐고 다른 이들이 쉽게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어야 함이 강력하게 전달됐어야 한다. 심지어 눈이 보이는 이들 조차... 아니면 눈이 보이는 바깥의 이들의 권력과의 연합이라든지...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히어로인 아내는 앞이 보이고 있다. 저차원적인 문제를 제기해보자면 앞을 못보는 이들이 과연 앞을 보는 이를 당해낼 수 있는가? 뒷부분에서 사용될 가위를 감독이 친절하게 보여주면서도 여자들이 모두 끌려가 당하고 먹을것을 빼앗기는 모든 상황들을 수동적으로 당하고만 있다.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물론 모두 강간당하고 한 명이 죽기를 기다려야 복수하는 것이 좀 더 시원해보이겠지만 이는 솔직히 극적인 노림수를 위한 잔꾀 밖에는 되지않는다. 참... 할말이 많은 영화지만 영화적인 메시지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구성과 극적인 부분을 뜯어볼때 이 작품은 성급하고 사려깊게 연출되지 못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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