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게이, 혹은 개그 영화.
우리 사회에서(심지어 예술계에서도) 항상 변방에 위치하며 우울한 소재로만 소비되었던 동성애를 밝은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원작의 힘이지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는 없고. 칭찬 받을 건 이런 원작이 영화화될 수 있었던 충무로의 변화한 제작환경이겠지.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말하자면... 배우들 연기 엉망(제일 어린 유아인이 제일 낫다), 연출 엉망(뮤지컬 나오는 박자 봐라), 낯 뜨거운 대사 속출, 구성 엉망... 등등 별 2개를 주기 힘들 정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웃겼다.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라 하겠다. (나머지 하나는 섹시한 김재욱) 물론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볼 수 있었던 건 내가 동성애에 거부감이 없는 덕분일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 안에서 여자들의 환호와 남자들의 욕설 섞인 탄식이 교차하는 걸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커플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당당하게 손잡고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리고 영화 상영 내내 곳곳에서 울려 퍼지던 일반 커플들의 진혼곡이란 =▽=ㅋㅋ 매우 웃겼다. 여자분들, 왠만하면 이 영화는 동성 친구와 봅시다. 굳이 남친과 함께 보려면 사전에 어떤 영화인지 가르쳐주세요. 남자분들 상영관 내에서 욕합니다.
이 영화가 동성애에 초점을 맞춘 본격 퀴어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오히려 영화는 사람이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치유와 위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문제는 그 스토리텔링 방식이 너무 유치하고 조잡하여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이 치유된 모습을 보며 그저 허허 웃고, 나머지는 네 명의 예쁜 남자가 보여주었던 알콩달콩 예쁜 모습들을 기억할 수 밖에. 김재욱과 프랑스인의 썸씽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아직 한국의 일반 남자가 보기에는 힘든가 보고. 그러니 논란의 초점도 자연히 거기 맞춰졌고. 이 모든 걸 예상치 못하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감독은 영화공부를 다시 해야 할 것이고, 알고 만들었다면 좀 나쁜 놈이고!?
아무튼, 오랜만에 웃으며 보았으니 별 두 개는 주겠어요. 그리고 김재욱의 섹시함에 별 하나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