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충동적으로 손 잡고 영화를 보러 간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나올때는 "멍~"한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다.
책을 보진 않은 나로서는 그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사람들이 서로 속이지 말고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자는 건지...
결혼을 해서 사는 나로서는 이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도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말이다
일하고 집안 살림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일도 충분히 고되다.
물론 극중 손예진 말처럼 삶이 포개지는 느낌.. 알콩달콩 행복하기도 하지만
아내의 두 집 살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역시 멍한 상태로 영화관을 나온 남편이 그러더라~
"어떻게... 손예진은 그럴 수 있지?.. 더군데나 여자가..!!"
그 말을 듣고 어느정도 왜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동안 특히 한국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두 집 살림을 했는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은 자신의 남편을 나눠가지며 김주혁 처럼
분노와 고통을 느끼며 결국 받아들였는가..
그걸 비꼬기 위해서 남자들의 공감을 조금은 얻을 매력적인 "손예진"을
기용해서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을 나눠 가져야 했던 여자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모두가 행복해졌는가? 하는 문제이다.
옛날 우리 할머니는 19살 시집와서 다른 2명의 여자와
남편을 나눠가져야 했다
우리 할머니는 작은 할머니와 한 집에서 살면서
같이 아이들을 보살폈다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만을 사랑했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셨다.
할머니와 작은 할머니는 적이 아니라 동지로 어려울때
함께 도우며 사셨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할머니의 삶은 여자로서 아주 불행하다
그리고 그 작은 할머니는 더더욱 불행하다.
우리 할아버지은 결국 노년에 홀로 돌아가셨고
마지막에 가장 서럽게 우시는 건 우리 할머니 뿐이었다
영화에서 처럼 아름다운 결론이 아니었다
만약 희생하며 살았던 우리 여자들을 위한 영화라면
그렇게 끝맺으면 안되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남자들의 행위를 비꼬는게 아니라
그 남자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켰다
그저 여자도 그럴수 있다 ? 그 정도만 보여줬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라고 하지만
불륜을 미화시키며 그 동안 희생하며 살아온
우리 할머니들의 여자로서 고통과 상실감을 정당화 시켰다
그래서 아내가 결혼했다는
내가 지금껏 본 영화중에 가장 쓰레기 였다
난 한 남편의 한 아내로서 행복하고
남편이 나만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100%채워지지 않는다
내 남편은 한 남자로 수많은 생각과 표정을 가지고 있고
변화 무쌍한 그 모습에 늘 새롭다
내 행복한 결혼생활과 우리 할머니의 눈물많은 결혼생활
모두를 "아내가 결혼했다"가 더럽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나에게 감정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영화가 수 많은 돈을 들여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온 시나리오로
사람들이 수개월간 혹은 몇년간 고뇌하며
만들어지는 예술이라면..
상황이 어이 없고 말이 안되는 억지 설정은 있을 수 있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이 외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손예진의 귀여운 캐릭터와 외모
김주혁의 어쩔수 없어 하는 모습
그리고 그 둘의 섹스..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모순된 철학.
"아내가 결혼 했다"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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