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무상하구나.... ★★★★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던지 명품을 만들어내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SF 영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음악을 가장 잘 사용하는 감독인 것 같다. 왠지 SF 영화엔 전자 음악이 어울릴 것 같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클래식이야말로 가장 SF적인 음악으로 느껴질 정도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충격을 던져주며 시작한다. 유인원들이 처음 도구를 사용한 것이 폭력과 살인에 이용되었다는 건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로도 읽히는데, 유인원이 공중에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교체되는 장면은 아무런 대화, 설명이 없음에도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2008년이라는 현재에서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특별한 이유는 첫째, 철저한 과학에 입증해 제작되었다는 점이고, 둘째, 특히 컴퓨터의 반란 등의 모티브는 이후 수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절망하는 이유는 <스타워즈>로 인해 잘못된 과학적 설정이 실제인 냥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매질이 없는 우주 공간을 우주선이 ‘쉭~’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거나, 우주선이 좌우로 방향을 바꿀 때 한쪽 날개를 올리는 것 등이다. 반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돌이켜보면 우주선이 날아가는 장면은 정적, 그 자체다. 영화적으로 보면 재미없을지 모르겠지만 과학적 진실에 기반해 제작했음은 분명하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 되었지만, 영화에서 반란을 시도하는 컴퓨터 HAL은 IBM의 바로 앞 알파벳으로 조합한 단어다. HAL이 반란을 시도한 이유는 자신의 오류를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HAL이 자신을 피해 대화를 나누는 두 우주인의 입 모양으로 자신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알아채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대단한 건 1968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68년의 시점에서 2001년은 엄청난 미래였겠지만, 이미 그 미래도 지나버렸고, 68년에 예상했던 먼 우주로의 유인 여행은 아직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어떠랴. 그렇게 미래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스크린에 옮겨 담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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