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배경으로 했다길래 이번엔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왜곡과 설정이 등장하려나 했는데
역시나... 헐리우드가 다른 나라문화를 이해하고 묘사하는 수준은 그들이 가진 우수한 영상기술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나름 애를쓴다지만 그건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를 형상화 하기위한
작업의 일환이고 그 와중에 과도하게 끼어드는 저들의 편의주의적 행태는 아직도 아시아 관객들에게
적잖은 불쾌함을 던져준다.
예전에 나온 [인디아나존스-죽음의 사원] 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중국을 배경 삼았는데
내가 잘못 본게 아니라면 1947년이 시대적 배경이었다.
그 당시라면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륙의 패권을 놓고 내전을 벌이던 시절이었는데
영화좀 보자 어라?
영화속 중국의 모습은 마치 한창의 자본주의 국가 마냥 현란한 광고판이 눈에띄고
명절날 술마시고 노는 중국인들, 한술 더떠서 나이트 클럽엔 외국인들이 춤추고 노래한다.
그냥 눈감고 넘어갈만한 설정이다.
남의 나라 역사와 시대상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건 국공내전 시기 중국사회상이 아니라
오코넬 부부의 떠들썩한 모험담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웃으며 즐기기가 썩 편한건 아니다.
자기네 입맛대로 혹은 편한대로 한 국가의 이미지를 그려내는건 그들의 무책임한 자유에 달려있지만
그들이 만들어 파는 영화는 내수용이 아니라 전세계로 팔려나가는 '문화상품' 이다.
미국이 진정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가진 핵무기나 막강한 군사력 탓도 있겠지만 바로
그네들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그것을 포장해서 다른 나라에 침투시킬 수 있는
'소프트 파워' 때문이다. 맥도날드나 KFC가 단지 햄버거 가게나 닭집인가?
하다못해 음식이나 옷차림 시시콜콜한 생활방식 하나 하나도 그 나라의 문화가 담겨있는데
전세계 극장에 내걸리는 대중영화에서 비쳐지는 특정 국가의 이미지는 관객들에게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사실을 넘어서 '진실' 로 다가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언급한 [인디아나존스-죽음의 사원]의 경우도 인도와 인도인에 대한
흥미위주의 몰지각한 묘사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고
지난번 영화 [300]의 리뷰를 작성할때도 지적했지만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아시아인들은
미개하고 야만적인 '냄새나는 분비물같은 존재' 를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그때마다 할리우드는 영화는 영화일뿐 이라고 맞섰는데 과연 자신들의 역사나 문화가 그런식으로
폄하되고 왜곡 되어도 같은 소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문제들에 비하자면 서양식 삼두용이 등장한다거나 불을 뿜는다는
아연질색할 설정은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고 중국인이 영어로 주문을 외우는 장면도 이젠
그러려니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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