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과 바이 사이의 쉼표.... ★★★★
거액의 대출로 첼로를 구입해 오케스트라에 자리를 얻은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입단하자마자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는 불운을 겪는다. 생계가 막막해진 다이고는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를 설득해 고향 야마가타에 있는 어머니가 물려준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 날 ‘고수익 보장’, ‘초보 환영’, ‘여행 도우미’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면접에 응한 다이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취직이 결정되는 행운(?)을 얻는다. 그러나 막연히 여행사인줄 알았던 회사는 시체를 염습해서 관에 넣는 납관전문회사. 어려운 생계로 인해 잠시만 하기로 한 납관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오래되어 썩어가는 할머니 시체로 인해 호된 신고식을 치르지만, 이쿠에이 사장의 사자를 대하는 태도에 감동 받은 다이고는 서서히 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게 된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하고는 일단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굿바이>면 될 텐데, 굳이 굿과 바이 사이에 쉼표를 넣어서 <굿’ 바이>라고 했을까? 영화에서 말하는 ‘굿바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이 사체를 염습해 관에 넣는 납관인 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죽음을 다루지만, 그럼에도 죽음의 느낌이라든가, 어두움, 좌절, 마지막 등 죽음을 상징하는 감정들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유머, 밝음, 소중함, 감동 등의 따스함이 배어져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납관사라는 직업 그 자체다. 우리나라에선 장의사에서 모든 걸 다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선 장의 절차가 세분화되어 납관사가 별도의 직업으로 존재하는가 보다.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에 전국납관협회가 협조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는 걸 보니 규모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납관사라는 직업을 다루는 영화니만큼 영화엔 많은 사람들의 장례식이 나오는데, 그 모든 장례식마다 나름의 색깔과 분위기가 풍겨져 나온다. 그건 바로 죽음엔 다양한 표정이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다만 변함없는 건 납관 의식을 행하는 납관사들의 진지함이다.
장의사라든가, 납관사와 같은 직업이 사람들로부터 꺼려지는 건 아무래도 죽음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납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대하고 깔본다. 조금 늦은 납관사에게 “죽음을 팔아 돈을 버는 주제에”라고 험담을 하고, 오랜 친구에게도 “할 짓이 없어서 그런 걸 하고 있냐”며 핀잔을 던진다. 그러나 납관사의 태도와 의식을 통해 기억에 남아 있는 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아내와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 대하게 된 그들의 태도는 정중하게 바뀌고, 얼굴엔 최소한의 존중의 표정이 깃든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태도와 표정이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위의 냉대와 아내의 반대로 납관사 일을 그만 두려는 다이고에게 이쿠에이 사장이 요리를 권하는 장면이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고, 그것은 결국 다른 생물의 죽은 몸을 먹음으로써 섭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너무나 ‘미안하게도’ 다른 생물의 죽은 몸이 맛있다는 것이다. 죽은 영혼을 좋게 떠나보내는 것, 굿과 바이 사이의 쉼표, 다이고가 납관사로서 소명 의식을 가지게 된 건 바로 그 쉼표에 있지 않을까.
※ 다이고와 미카는 아버지(모토키 마사히로)의 시신을 함부로 대하는 납관사들을 보며 분개한다. 사실 이 장면은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좀 오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래도 가족 앞에서 납관을 하는 데 그 정도까지 허술하게, 대충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좀 성의가 없는 정도로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모토키 마사히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에서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하필 마지막 작품이 납관사를 다루는 영화에서 사망한 시체로 등장한 역할이었다니.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그 분 역시 굿과 바이 사이의 쉼표 같은 좋은 마지막이었기를.
※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야기, 주제를 표현하는 세밀함 등이 참 좋았다. 그리고 히로스에 료코(가장 최근에 영화에서 본 게 <하나와 앨리스>에서 카메오 출연했을 때였다)를 간만에 영화에서 보게 된 것도 참 좋았다. 특히 한국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음악을 맡기도 했던 일본 영화 음악의 대가 히사이시 조가 맡은 영화음악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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