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그리고 봉준호가 본 도쿄라는 도시와 도쿄 안의 인간내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거대한 빌딩과 골목으로 가득 찬 도쿄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첫 작품은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고 돈을 벌기위해 도쿄로 상경한 아키라와 히로코는 친구네 집에서 장기투숙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알바를 못 얻고, 집도 못 구하고, 남자친구인 아키라에게 핀잔 당하고, 친구에게 뒷 담화까지 듣는 상황의 연속은 히로코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주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 의자로 변해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가 되려한다. 항상 감각적인 공간과 영상을 잘 보여주는 미셸 공드리답게 견인차가 빼곡히 깔린 주차장과, 모두 비슷한 구조의 허름한 방들을 통해 히로코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도쿄라는 대도시 속에 소외되고 전몰돼버린 개인의 절박함과 고통이 와닿았다.
두 번째 작품은 레오 까락스의 광인. 하수구에 사는 정체불명의 인간 메르드를 통하여 감독의 일본에 대한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메르드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언론보도를 통하여 과거 제국주의적인 모습의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냥 일본인이 싫어 사람을 죽이는 메르드의 잔인함보다 여과없는 일본인들의 잔인함이 더 와닿았음. 마지막에 메르드의 다음타겟을 뉴욕으로 정하는 까락스의 센스
세 번째는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 9년 동안 집 밖을 나간 적 없는 히키코모리의 이야기다. 모두가 히키코모리화된 사회를 지진을 통해 붕괴시키려는 감독의 시도 속에서 히키코모리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탈사회화되는... 어떤 우연적인 사건으로 인해 계기는 만들어졌지만 우연으로 묻어버리는게 아니라 의지와 결정으로 이어지는 봉준호 감독의 접근은 어떻게 보면 앞의 두 작품과는 좀 다른 세계관이었다.
아무튼 각각의 색을 지닌 세 감독의 시선을 통해, 도쿄라는 도시를 조명한 이번 영화는 나름대로 의미와 작품성을 만족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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