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가는 초반부, 뻔해서 맥 빠지는 결말... ★★★
영화는 중동에서 테러범을 추격하는 미군의 작전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과연 테러범이 맞는 것일까 확신하지 못하는 사이, 컴퓨터는 ‘작전 중지 권고’를 내리지만 대통령은 작전 강행을 지시, 미사일을 발사한다. 결과는 오폭이었으며, 이로 인해 보복 테러가 발생한다. 이후에 펼쳐지는 얘기와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기 힘든 서두의 장면은 마지막에 가서야 스토리가 전개되는 기본 전제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무튼 우리는 제리(샤이아 라보프)의 통장에 거액의 돈이 입금되고 그의 집으로 각종 무기가 배달되며 그로 인해 FBI로부터 테러범이라는 오해를 받는 과정을 보며 제리가 다른 누군가-죽은 쌍둥이 형-로 오인되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믿게 된다. 제리의 형이 테러범일까? 물론, 기존 헐리웃 영화의 관습으로 추측컨대, 제리의 형이 악당은 아닐 것이다.
영화 초반부는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정신없이 관객을 몰아간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기에 저토록 일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을까? 제리는 전화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또는 길거리 전광판의 명령에 따라 FBI의 추격을 따돌린다. 제리는 아들의 목숨을 저당 잡힌 채 이유도 모르고 차를 운전하는 레이첼(미셀 모나한)과 만난다. 둘은 같은 처지다.
<이글 아이>가 보여주는 세계는 모든 것이 감시되며, 모든 것이 전산으로 통제되는 사회다. 컴퓨터 등 정보기기의 이용이 증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는 집중된다. 정보의 집중으로 인해 행정의 효율성은 증대되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크게 위협 받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국민 개개인이 감시받는 사회는 미국에서보다는 한국에서 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신분증 제도인데, 가끔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우리가 화들짝 놀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민등록번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민등록번호는 특정한 개인과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다. 1995년에 나왔던 영화 <네트>는 정보의 집중 관리가 어떤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소름끼치게 증명하고 있다. 어쩌면 나 자신이 바로 나 인지를 증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글 아이>의 세상은 모든 정보가 컴퓨터로 관리되고 있는 사회의 가장 끔찍한 단면을 보여준다.
영화 <이글 아이>의 초반부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연상시킨다. 도무지 숨을 공간이 없다. 모든 건 감시되고 있으며, 통제되고 있다. 감시자는 핸드폰, 무인 카메라, 위성이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영화의 초중반부는 감시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후끈 달아오르게 하며, 빠르고 강한 액션과 함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문제는 감시자가 밝혀진 다음부터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막상 정체가 밝혀지자 허탈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당연하게도 이 부분은 <아이, 로봇>이나 <월이>를 연상시킨다. <아이, 로봇>에서 로봇 3원칙의 맹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내세운 반란의 이유는 상당히 철학적이고 복잡하다. 그리고 나름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글 아이>에서의 그것은 너무도 단순하고 유치해서, 이런 단순함으로 어떻게 그런 복잡하고 치밀한 작전을 수행했을까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그토록 치밀한 감시자는 막판엔 자신을 해칠 수 있는 공간을 통제하지 못하고 쉽게 출입을 허한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파괴되어야 영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 영화에서 쌍둥이 동생이 필요했던 이유는 형을 대신하기 위해서인데,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부모는 구분이 가능하듯이 분명히 다르다. 그것도 이미 성인이 된 쌍둥이들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조금은 다른 외모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똑같다고 해도 지문이나 목소리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쌍둥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보안 시스템을 미 국무부의 가장 핵심 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다니. 영화의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