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한번쯤의 작은 일탈을 꿈꾸곤 한다. 어쩌면 영화는 사람들의 그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줄 가장 큰 수단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일상의 평범함과 일탈의 즐거움은 사람들이 영화라는 매체에 이끌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묘한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상과 일탈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통한 기분 좋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 [멋진 하루]는 그 제목만큼이나 기분 좋은 요소요소들로써 관객들에게 멋지게 어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작들을 통해 인정받은 이윤기 감독만의 세밀한 감수성과 하정우, 전도연이라는 두 말이 필요 없는 ‘연기력 공인’ 배우들까지 갖춤으로써 그야말로 관객들에게 멋진 2시간을 책임질 수 있는 준비가 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랜만이야, 반갑다!" "돈 갚아. 내 돈 350만원!"...350만원 때문에 다시 만난 1년 전 연인.. 그 특별한 만남과 함께 시작되는 그들의 특별한 하루!!
오랜만나 만나 반가워하는 남자에게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가 한마디를 내뱉는다. “내 돈 갚아. 빌려간 돈 350만원.” 경마장에서 빈둥대는 남자 병운을 찾아 와서는 대뜸 350만원을 갚으라는 여자, 그녀는 바로 1년 전 병운의 여자 친구였던 희수다. 데뷔작인 [여자, 정혜]를 통해 섬세한 여성심리 묘사로 호평 받았고, [러브 토크]에서는 솔직한 연애심리로 자시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던 이윤기 감독은 이번 영화 [멋진 하루]에서도 평범함 속의 신선한 일탈을 통한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희수는 1년 전 급하게 350만원을 빌려가서는 단 한 번도 연락 없던 병운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마주한다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일인데 더욱이 빌려간 돈까지 갚지 않은 남자이니 희수의 표정이나 말투가 고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병운이란 남자는 그런 희수가 반갑기만 하다. 아니 생각 없어 보일 정도로 그녀에게 능글맞기까지 하다. 헤어졌던 연인들의 재회로 시작되는 영화는 어떤 이유로 헤어졌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지만 처음은 언제나 우연한 마주침에 대한 당황 혹은 아픈 기억에 대한 되새김으로 출발하곤 한다. 하지만 영화 [멋진 하루]는 그런 당황스러움이나 쓰라림보다는 짜증스러움과 나아가서는 불쾌함이 앞선 만남으로 시작된다. 당장 돈만 받아서 가고 싶은 희수 앞에서 능청을 떨며 건들대는 병운의 모습 때문에 희수는 오히려 짜증만 커져가고, 그런 희수를 신경이나 쓰는 건지 혼자 떠들어대는 병운의 모습은 시작부터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해준다. 빌려준 돈 350만원 때문에 재회한 연인, 그리고 너무도 다른 성격의 남자와 여자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그들에게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그들의 하루의 시작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너무도 유쾌하고 즐거운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한 목적으로 시작된 그들의 하루...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통한 2시간 동안의 소소한 즐거움!!
은행 계좌번호를 적어 두고 가라며 능청을 떠는 병운에게 희수는 오늘 당장 갚으라며 재촉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돈을 빌린 지 1년이 되도록 연락 한번 없던 병운이 그것도 경마장에서 빈둥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희수는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 이리저리 통화를 하던 병운은 대뜸 희수에게 배터리가 떨어져서 그러니 휴대폰을 달라고 한다. 어이없어하는 희수를 보며 던지는 병운의 한마디, “니 돈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좀 빌려줘.”. 1년 만에 만나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진지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남자 병운과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듯 심각한 여자 희수는 이렇게 유쾌하지 않은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된다. 병운은 희수의 돈을 갚기 위해 희수의 차를 타고 이리저리 돈을 빌리러 나서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찾아 간 한 회사에서 한창 골프 연습 중인 중년의 여자 CEO를 만난 희수에게 그녀가 흰 봉투를 건네주며 말한다. “미안해요. 사정이 급한 것 같은데 100만원 밖에 못 넣었어요.” 병운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온 희수는 졸지에 병운의 덕으로 돈을 빌리는 입장이 되고, 그렇게 350만원을 채우기 위한 병운의 인맥 탐방이 시작된다. 영화 [멋진 하루]는 신선하면서도 조금은 당황스러운 설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며, 병운과 희수라는 상반되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여러 일상적인 에피소드들과 대화로써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병운이란 남자의 여러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병운의 능청스런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심리변화...관객들마저 어느덧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빠져들도록 해주는 힘, 이것이 바로 이윤기 감독의 영화가 지닌 매력!!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갔을 때쯤, 관객들은 어느새 처음의 얼음같이 차갑던 희수의 모습이 조금씩 풀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돈을 빌려 놓고도 능청스럽기만 해서 마치 생각 없고, 철없는 사기꾼처럼 비쳤던 병운이란 남자에 대한 관객들의 생각도 처음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변해있음을 관객들 스스로가 확인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 [멋진 하루]의 매력이자 이윤기 감독의 재능이라 할 수 있다. 병운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고, 하물며 희수에게는 가장 한심한 인간인 병운에게 고마워하기까지 하는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희수는 자신은 미처 몰랐던 병운의 새로운 모습들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너는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안변했니? 예나 지금이나 진지함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어!”라며 병운에게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를 던진 희수에게 병운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 나 하나도 안 변했지? 다행이다. 내가 변해버렸으면 니가 실망했을거 아니야!”라며 능청을 떠는 병운의 대사처럼 매번 까칠하기만 한 희수에게 병운은 항상 장난스러울 정도로 너스레를 떤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대고,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면서도 희수의 눈치를 보며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는 병운의 모습이나 그런 병운을 짜증스럽게 대하면서도 점점 이해를 해가는 희수의 모습은 영락없이 티걱태걱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병운에 대한 모습들이 점점 달라져가는 희수와 그녀의 심리처럼 관객들 역시 처음과는 다른 느낌의 변화를 함께 경험하며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영화 [멋진 하루]가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 할 것이다.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 '서울'!! 일상적인 서울의 장소마저도 특별한 기억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내가 걷던 길, 내가 갔던 곳, 내가 본 것...다시 보게되는 담백한 서울!!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멋진 하루]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끼게 되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영화 속에 담긴 평범하지만 가슴 한 구석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서울의 풍경들이다. 영화 [멋진 하루]에서 희수와 병운은 하루 종일 함께 차를 타고, 서울을 돌아다닌다. 종로의 뒷 골목 부터 멀리 남산이 보이는 이태원의 언덕길,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비오는 날의 건널목과 해질 녘 육교와 도로위의 풍경 등 화려하거나 멋진 서울의 풍경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서울의 장소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추억을 떠올릴 시간을 준다. 간단하게 한 끼를 떼우기 위해 찾는 패스트푸드 점,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차하는 모습, 편의점, 비오는 날 버스의 창문 밖 풍경, 지하철, 거리에서 꽃을 파는 트럭, 그리고 서울의 거리 등 영화 [멋진 하루]는 마치 관객들 스스로가 자신의 하루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서울의 시내를 꾸밈없고, 아기자기하게 담아내고 있다. 1년 전에 헤어진 연인이지만 어느새 여느 연인들 마냥 티걱태걱 하면서도 서로 챙겨주는 희수와 병운이 함께 하는 서울의 일상적인 모습과 추억어린 장소들은 관객들에게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렇듯 영화 [멋진 하루] 속에 담긴 두 주인공의 소소한 하루 일상과 서울의 모습들은 꾸밈없는 솔직함과 양념 없는 담백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이윤기 감독만의 매력인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편안함과 풋풋함을 느끼게 해주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 느낌 속에서 작은 여운을 던져주며 멋지게 마무리해준다.
관객들에게 멋진 하루를 제공하는 두 멋진 배우, 하정우와 전도연!! 두 배우의 연기가 이루어 내는 멋진 앙상블 때문에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행복하다!!
이윤기 감독의 세심하고, 섬세한 연출과 더불어 영화 [멋진 하루]를 더욱 멋지게 해주는 선물은 바로 전도연과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인된 연기파 배우이기에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일찌감치 기대를 해온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그린 기대에 보답해주는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 [멋진 하루]를 더욱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만들어 준다. 먼저 시종일관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하정우는 ‘병운’이란 캐릭터를 통해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하정우만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준다.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사춘기 소녀보다도 철없어 보이는 남자지만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도록 만드는 병운이란 캐릭터는 그야말로 하정우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시종일관 까칠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일관하면서 점차 미묘한 심리변화를 겪게 되는 희수를 연기하는 전도연의 표정연기와 내면연기 역시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의 강렬한 인상 뒤로 보여지는 희수라는 캐릭터의 심리를 세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전도연은 가히 ‘칸이 인정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음을 실감하게 해 줄 것이다. 전작인 [여자, 정혜]의 김지수, [러브 토크]의 박진희와 배종옥이라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통해 자신의 영화석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던 이윤기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 [멋진 하루]의 하정우와 전도연 역시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야말로 두 말이 필요 없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만나 실제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 캐릭터를 풀어 낸 하정우와 전도연은 관객들에게도 영화의 제목처럼 멋진 하루를 선사해주는 존재들이라 할 것이다.
빌려준 돈 350만원 때문에 1년 만에 재회하게 된 헤어진 연인이라는 이색적인 설정은 영화 [멋진 하루]의 제목을 비추어 볼 때도 꽤나 생뚱맞은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독특한 설정마저도 일상적으로 풀어내 보일 줄 아는 이윤기 감독의 재능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따라가도록 만들어 주는 전도연과 하정우라는 두 멋진 배우의 연기는 더욱 빛이 나 보인다. 시끌벅적하고 큼지막한 대작들 틈 속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느끼지 못한 관객들에게 영화 [멋진 하루]는 오랜만에 만난 진주같은 영화가 될 것이며, 병운과 희수를 따라 다닌 2시간이란 시간으로 관객들 역시 ‘멋진 하루’를 보낸 듯한 기분을 안고 극장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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