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카렐의 코미디와 앤 해서웨이의 매력.. ★★★
미국에 CIA도 아니고, FBI도 아닌 비밀 스파이 조직이 존재한다. 이름하여 컨트롤. 이곳에서 내근직으로 근무하는 스마트(스티브 카렐)는 현장 요원을 선망하지만 뚱뚱한 몸매 탓에 매번 탈락을 거듭한다. 드디어 피나는 다이어트와 훈련을 거쳐 현장 요원인 에이전트에 합격하지만 이름만큼이나 ‘스마트’하다는 이유 때문에 내근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컨트롤 본부가 습격 받아 현장 요원 명단이 유출되고, 활동 중인 현장요원들이 암살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도 현장 요원으로 차출된다. 성형으로 기존 외모와 달라진 에이전트 99(앤 해서웨이)와 함께 스마트는 비밀리에 핵무기를 대량으로 제작하고 있는 동유럽 스파이 조직인 카오스(KAOS)를 막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다.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하면 그 공은 단연코 스티브 카렐의 코미디 연기에 돌려져야 한다. 스티브 카렐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모습은 영화 속 어리숙한 현장 요원과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근엄한 표정으로 연기에 임하는 스티브 카렐은 그렇기 때문에 묘하게도 더 큰 웃음을 불러온다. 심지어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떨어지면서도 그 얼굴은 유유자적 바뀔 줄 모른다. 심각하게 신발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거나 방음이 되는 줄 알고 ‘신난다’고 외치는 모습은 이 영화의 코믹함을 대표하는 장면들이다.
반면,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성기고 매끄럽지 못하다. 별다른 긴장감의 고조가 없는 가운데 느닷없이 스마트를 의심하는 에이전트 99의 심경 변화는 급작스럽고 엉뚱하다. 어리숙한 스마트와 노련한 에이전트 99의 좌충우돌 조화가 영화의 초중반 재미를 보장하지만 동일한 패턴이 여러 번 반복되는 탓에 시들해 버리고, 그 때부터 얘기는 이런 스파이물의 전통처럼 이중 스파이, 내부 스파이의 존재로 옮겨지지만 워낙에 단순한 미션 탓에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앤 해서웨이의 매력은 스티브 카렐의 코미디 연기와 함께 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만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는 못 미치지만 다양한 패션으로 등장해 매력을 과시하는 앤 해서웨이는 어떤 의미에선 영화의 구세주라 칭해도 무방하다. 어쨌거나 코믹 첩보물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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