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편견이 좀 있었다.
김기덕 감독 영화 특유의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성향이 드러나진 않을까, 포장만 그럴싸하고 알맹이 없는 흔한 액션영화는 아닐까, 깡패와 영화배우의 이야기라니, 혹시 ‘비열한 거리’의 아류작은 아닐까.
하지만 영화는 꽤나 재미있었다.
이 당돌한(?) 신인감독은 의미가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시선을 잃지 않은,
소위 말하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최근의 화제작 ‘놈놈놈’보다 흥미롭게 관람했고,
시사회에 참석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 영화가 올해 하반기의 ‘문제작’으로 등극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수타’ 강지환은 ‘스타’로 거듭날 것이다.
캐스팅 디렉터의 탁월한 선택 덕분일까,
강지환과 소지섭 두 배우는 ‘의외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전혀 안 어울릴 것만 같은 두 사람이지만,
스크린에 꽉 찬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들에게서 줄곧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물론 출중한 외모와 기럭지에 넋을 잃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에너지와 연기가 관객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지환은 영화배우로서의 존재감과 상품가치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거침없고 강한 강패를 동경하면서도 강패가 가진 위선과 폭력성을 경멸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무비스타라는 타이틀이 주는 세속적 이득과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물 수타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 냈다.
이실장의 배신을 목도한 후의 경찰서 장면이나
은선과의 까페씬에서 나타나는 섬세한 감정표현은
그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디테일한 버릇까지 설정함으로써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강지환은 수타 그 자체가 되었다.
수타의 성장과정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그를 보면서 강지환이라는 배우를 ‘재인식’했다.
그는 ‘문제적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배우들만 봐도 눈이 즐거워진다. 그냥 봐도 재미있다. 어쨌든 ‘영화는 영화다’는 꽤 볼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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