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有]
Two face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짧은 생각이 지나쳐 글을 써보게 되었다
항상 대다수의 히어로물이 그렇다지만
영화 Dark Knight에서도 드러나는 표면적인 구조는
고지식하게까지 느껴지는 善을 추구하는 '배트맨'과
구조상 필연적으로 惡으로 인식되어지는 '조커'의 대립이었다
하지만
이번 Dark Knight에서는 조커는 악당이라기 보다
확실히 영화 내에서 드러난 표현처럼 '미친 개'가 더 잘 어울린다
통제를 싫어하고 안정을 혐오하고 규제를 거스르는 그런 미친 개
미친 개도 그러한지 모르지만 조커는 끊임없이 놀고 싶어한다
이것은 배트맨을 없애고 고담 혹은 더 나아가 많은 악당들의 숙원인
'전 세계를 내 손아귀에~' 정신과는 확연히 반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악당이라는 의미는
배트맨의 적수라는 의미일뿐, 조커 자체가 惡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 현란하고 정신없고 어지러운 보라색 수트와 흰색 얼굴에 입술
옆으로 길게 늘어진 흉터 위로 덧칠해진 빨간 립스틱이 보여주듯
조커의 이미지는
사악한 어둠이 아니라
무절제, 무규제의 혼돈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Dark Knight는
善과 惡의 싸움보다는 질서와 혼돈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그 질서와 혼돈안에서
인간을 대표한다고 수 있는 '하비 덴트'의 모습은 어떨까?
하비 덴트는 고담 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검사로서
유능하고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함께 어둠의ㆀ 고담 시티를
좀 더 문제없는 밝은(?) 곳으로 만들려 뛰고 땀 흘리고
갖은 생명에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분투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초반부의 하비 덴트는 정의다
하지만 조커를 비롯한 고담 시티의 사회惡,
즉 여러 갱들을 감방에 잡아넣으려고 애쓰는 동안
무고한 시민들에게 나쁜 일들이 터지고 이어 사람들이 죽고
결국 가장 사랑하던 여자친구를 잃게 되는 일이 생기자
쌓아두고 쌓아뒀던 분노와 답답함과 세상에 대한 의문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이윽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 그 분노의 전이가 좀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느꼈지만... )
후반부의 하비 덴트는 복수 어린 광기다
배트맨과 조커가 어느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는 존재라면
하비 덴트는 어쩌면 인간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정의를 수호하길 원했고 정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버리려 했던 사람이지만
큰 비극과 연인을 잃은 상심, 자신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신망이 높고 촉망받던 검사,
하비 덴트를 결국 광기어린 '투 페이스'로 바꾸었다
영화 초반 은행장에게 던지는 대사
I believe whatever doesn't kill you simply makes you...
stranger
굳고 강직하고 무결해서 언제까지나 정의를 위해 싸울 것 같고
웨인 조차 그를 '합법적인 영웅', 그 보다 더 위대한 영웅이라
평가했던 하비 덴트는 결국 조커의 대사처럼 변하고 만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변한 것은 명백하게
혼돈과 혼란의 사도인 조커에게 오른손을 들어주는 일이었다
여기서 인간은 결국 '순수하지 못한, 완전무결하지 못한 존재다'
라는 기존의 생각이 다시 한 번 스쳐지나갔다
정의로 대표되던 '하비 덴트' 마저 '투 페이스'로 몰락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입증함이 조커의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면...
원래부터 이 싸움은 너무 불공평했던 것 아닐까?
배트맨이 인간에게 품은 연정과 기대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반대로
각자가 탄 배와 그 배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상대편의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버튼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처럼 한 죄수가 먼저 버튼을 배 바깥으로 버린 것에서,
결국 한 때의 광기로 이뤄진 투표에서 폭파 결정이 났음에도
결국 버튼을 누르지 않은 시민들의 모습에서
배트맨은 하비 덴트와는 반하는,
비록 같은 결론이더라도 다른 희망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살아서 악당이 되던가, 죽어서 영웅이 되던가"
그리고 '투 페이스'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은 뒤에
'하비 덴트' 쪽으로 얼굴을 돌리던 배트맨의 모습
이는 결국 인간 나아가 사람 사는 세상의 완전할 수 없음을
전적으로 드러내는 말과 행동은 아니었을까?
악당으로, 혹은 무력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질서의 혼돈과 혼란보다는, 오늘과 내일의 질서를 희망하는
배트맨의 처절하고 처량한 모습에서 난 어떤 분의 모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