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수다와 노래 속의 쓸쓸함.... ★★★☆
이 영화의 줄거리란 정말 보잘 것 없다. 어둔 산길을 넘어 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를 기리는 피츠제럴드 극장에서 매주 실황 생방송되는 라디오 공개 쇼 프로그램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30년 동안 유지되던 ‘프레리 홈 컴패니언’ 쇼는 극장을 사들인 재벌이 건물을 허물고 주차장을 짓기로 함에 따라 막을 내리게 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건물은 허물어지고 공간은 사라진다. 이렇게 보면 영화엔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감동의 눈물이 흐를 것 같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시끌벅적 수다와 노래로 정신없다.
쇼의 출연자들에겐 프로패셔널 내지는 익숙한 자의 여유가 있다. 스탭은 마음을 졸이며 카운트다운을 세건만 진행자는 막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농담과 유머, 쓸데없는 잔소리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방송이 시작하는 순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려한 말빨을 자랑한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무대 뒤에서의 잡담과 무대에서의 노래가 일말의 오차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마지막 날, 노장 가수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카우보이 듀엣은 화장실 유머에 가까운 지저분한 농담을 지껄인다. 아마도 그들 나름의 애도 방식인가보다.
시종일관 유머와 잡담, 노래로 떠들썩한 영화엔 묘하게도 쓸쓸함, 아쉬움,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건 아마도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주는 정서일지도 모르겠다. 무대에선 밝게 웃으며 노래하는 론다와 욜란다 자매는 무대 뒤에서 수십 년 동안 쇼와 함께한 추억을 얘기하다가 눈물을 붉히고, 늙은 가수 척은 공연을 마친 뒤 늙은 연인을 기다리다 쇼의 마지막 날 마지막 숨을 거둔다. 급기야 흰 트렌치코트를 입은 죽음의 천사가 공연장을 방문한다. 천사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를 듣고 웃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애청자다. 그녀는 쇼의 지속을 위해 재벌의 해결사를 처리해(?) 주지만, 그렇다고 극장의 붕괴는 막아내지 못한다. 그 무엇으로도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건 바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유작이기 때문이다. 알트만 감독의 오래 전 작품 몇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질 못해서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분위기가 원래 알트만 감독 작품의 분위기인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음을 앞둔 작품으로 정말 기막힌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유작이 마지막 쇼를 다룬 영화라니. 스스로도 뭔가 느낌이 있었는지 알트만 감독은 죽음의 천사가 왠지 싫다며 출연 비중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쇼와 인생의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그러나 마지막이 끝이 아님을 얘기한다. 자살을 주제로 한 시에 사로 잡혀 있는 염세적인 욜란다의 딸, 롤라는 쇼의 마지막 무대가 데뷔 무대로 아로새겨 진다.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코 절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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