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지 말았어야 할 3편... ★★
이집트에서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지 13년이 지난 1946년. 런던에서 오코넬 부부는 더 이상의 모험 없이 낚시와 출판으로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당국자가 오코넬 부부에게 ‘샹그릴라의 눈’을 중국으로 가져가 달라고 요청한다. 상하이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오빠 조나단을 만날 겸 상하이로 간 오코넬 부부는 그곳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몰래 유적 발굴에 나서 영생을 얻고자 했던 황제 한의 무덤을 발굴한 아들 알렉스를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영화엔 세계를 정복하려는 황제 한과 이에 맞서 싸우게 되는 오코넬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맞아 중국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로는 대표적으로 <쿵푸 팬더>와 <미이라 3>이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편은 기대 이상이었고, 한 편은 재앙 수준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자식 영화 중 가장 스케일 크고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을 보여 왔던 <미이라 시리즈>의 매력은 단연코 오코넬(브랜든 프레이저)과 에블린(레이첼 와이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끊임없는 투닥거림과 유머의 적절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미이라 3>의 가장 큰 문제는 <미이라>하면 떠올려지는 두 명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끝내 출연을 고사했다는 점이다.
시리즈 영화에 있어서 주요 출연인물이 교체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007 시리즈>는 수많은 배우들이 007을 번갈아 맡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시리즈이며, 007을 누가 맡느냐가 홍보의 주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반면 <스피드>는 흥행에 성공했던 1편의 키아누 리브스 대신에 제이슨 패트릭을 내세웠다가 박살난 케이스다. <미이라 3>을 보면 <스피드 2>의 악몽이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레이첼 와이즈 대신 에블린을 맡은 마리아 벨로 역시 훌륭한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에블린 = 레이첼 와이즈이지, 마리아 벨로가 낄 자리는 아니었다. 둘의 이미지나 느낌은 확연히 달라 대타로 사용할만한 배우가 아니었음에도, 결국 영화에도 배우에도 서로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었을 뿐이다.
헐리웃 영화에만 나오면 굴욕을 당하는 이연걸이야 그렇다 치지만 황추생에 양자경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 들어가는 건 좀 심했다. 그러고 보니, <미이라 3>에 출연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연기 프로필에 지우고 싶은 배역이었을 듯. 스토리도 꽤나 허접하다. 오코넬 부부의 이야기와 수천 년의 원한을 이어온 황제 한, 여사제의 관계는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융합되지 못하고 겉돈다. 그나마 액션 장면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눈요기 감은 되지만, 역시 겉도는 바람에 큰 감흥은 주지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헐리웃표 영화들의 진화가 두드러진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한 영화 주간지는 이를 가지고 몇 차례 특집 기사까지 낼 정도였다. 한 편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마이클 클레이튼>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영화들이, 또 한 편에선 <본 얼티메이텀>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같은 블록버스터들까지. 특히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하다고 격하되었던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의 진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대단히 무겁고 심오한 철학적 주제들을 거대 블록버스터 안에 녹여 내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블록버스터라니!!! <미이라 3>은 모든 블록버스터가 발전하는 건 아니고, 뒷걸음질치고 있는 블록버스터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영화의 마지막, 페루에서 펼쳐질 4편에 대한 예고를 하든데, 3편의 완성도를 미루어 볼 때 4편이 나온다는 게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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