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전작 <장화홍련>과 <달콤한 인생>으로 나름의 영화세계를 선보였다. 특히 <달콤한 인생>은 한국식 느와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영화팬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런 김기운 감독이 전작들에 비해 더 많은 제작비와 더 다양한 매체로 홍보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개봉한 영화가 <놈놈놈>이다. 깐느에서의 기립박수 뉴스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더해 주기도 했다.
이미 수백만이 관람하고 이런 저런 리뷰가 인터넷바다의 수면위로 떠오른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뒤늦은 관람을 했다.
스토리
한 장의 보물 지도를 갖고 좋은 놈(정우성)과 나쁜 놈(이병헌), 그리고 이상한 놈(송강호)가 쫓고 쫓기는 단순한 스토리다.
좋은 놈
먼저 정우성의 옷차림은 정통 서부극에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 그대로의 모습이다. 185가 넘는 큰 키에 보안관 모자를 쓴 풍채는 멋지다. 항상 단정한 모습에 간간히 보이는 옅은 미소는 매력적이다. 거기다 성격도 좋고 역할도 아뭏든 다 좋다. 그래서 좋은 놈이다. - 정우성은 그리 색깔이 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가장 인상에 남는 연기를 펼쳤다.
나쁜 놈
이병헌은 청부살인자인데 청탁인도 살해를 하고 보이는 족족 다 죽인다. 손가락 자르는 것을 즐겨하는 손가락 킬러이기도 하다. 한 놈에게 특히 열등감을 갖고 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그 놈을 쫓는다. - <달콤한 인생>에서의 이병헌을 기대했는데 좀 아쉽다.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이 잔인하지만 공포감은 외려 덜하다. 그의 벗은 몸은 수려하다.
이상한 놈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좋은놈도 아니고 나쁜놈도 아닌 '이상한 놈'일 것이다. 송강호는 최소한 기본은 한다라는 정석대로 영화에서 나름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펼친다. - 송강호의 억양, 표정은 이미 전작에서 수없이 봐왔던 터라 새롭지는 않지만 또 봐도 신선하고 웃긴다.
만주벌판
영화의 배경 만주 벌판은 드넓다. 끝없이 넓은 대륙에서 펼쳐지는 추격신이 고막을 울리는 배경음악과 음향효과와 함께 그야말로 끝었이 펼쳐지는데도 긴장감이 없다. 이상한놈 한 놈을 잡기 위해 수십명의 추격자들이 쏘는 총탄과 포탄은 전부 그를 피해간다.
이런 장면은...
나쁜 놈이 그가 거느린 수하중 하나와 총빨리 빼기 게임하는 장면은 참 유치하고 썰렁했다. 이런 장면들 가위질했더라면 136분 러닝타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디워>와 <놈놈놈>
디워에 대한 평은 극단적이다. 재미있기 때문에 스토리는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다. 나 역시 그 쪽에 속한다. 그러나 <놈놈놈>은 스토리가 별론데 재미도 별로인 영화가 되버렸다. 정말 아쉽다. 엄청난 제작비에 화려한 캐스팅인데,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걸까.
잔혹한 장면을 조금 줄이고 코믹 요소를 늘여 관객의 긴장감을 줄이고, 추격전의 장면을 좀 더 밀도있게 다뤄 시간을 줄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좀 무리였다.
그러나...
이런 영화를 시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는 김지운 감독의 다음 영화를 기대한다. 7천원 내고 이런 영화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엄청 고생했을 것으로 그냥 추측이 되는 만주 올로케이션 영화 <놈놈놈> 모든 스텝들에게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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