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워커홀릭의 무딘 감성으로 살아온
한 '22 블리커' 라는 식당의 주방장(chef) 를 맡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2001년 독일영화인
<벨라 마샤>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리메이크 작품같은 영화이다.
스콧 힉스 감독이 선사하는 감미로운 조미료같은 로맨스는 달콤한
멜로로만 수놓아지지는 않은 듯 원제에서 보여지는 예약없이 찾아
오는 사고와 상실, 그리고 갑작스런 방문객과의 동거, 사랑을
다루고 있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인 '22 블리커' 의 주방장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는 일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며 주방의
모든 요리는 자신의 레시피대로 소화해 내는 워커 홀릭이다.
사장은 케이트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융통성없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속에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그녀의 삶을
반영해 주듯 그녀는 사장에 의해 정신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전화기에 메시지 한 건 남지 않는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녀의 삶에 가족은 그녀의 언니와 언니의 딸인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케이트를 보러
오기로 되있는 언니와 조이의 계획은 갑작스런 사고를 통해 조이
에게 엄마가 그리고 케이트에겐 하나뿐인 언니가 사망하는 상실감을
안겨준다. 유일한 혈육같은 존재를 잃어버린 케이트는 일하는 중에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병원속에서 뛰는 모습을 살짝 보여주는데 모든
일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여주던 그녀에게 보여지는 인간적인 면모가
그 속에 있었다. 생명이라는 의미의 '조이' 의 이름의 의미를 설명해
둔 언니의 마지막 편지와 전화응답기의 한 건의 메시지를 듣는 케이트
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삶속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이 드러난다. 그리고
보호자 없는 조이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한 케이트는 이 낯설고
작은 방문자와의 생활에 대처법을 찾지 못한채 마찰이 빚어지고, 사고
때문에 잠시 쉬어야 했던 그녀를 대신해 주방에 그녀의 경계심을 자극
하는 낯선 남성 부주방장격의 인물인 닉(아론 에크하트)에게도 흔들리며
무미건조한 듯 한 삶의 패턴이 바뀌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며 항상 모든 일에 '레시피' 가 필요한
능력있는 여성이 무딘 감성과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되어 가는지 그 과정
을 그리고 있으며 상실감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지도 조이와 케이트의 관계를 통해서 잘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케이트의 감정에 숨을 불어넣어 활기있게 만들어 주는 역활을 해주는
사랑과 감정을 가르쳐 주는 닉과의 로맨스를 보는 재미도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달콤하고 화끈하게 웃기는 로맨스 코미디가 아닌 잔잔하면서도
감정의 여운이 사실적으로 남는 인상 깊은 영화라는 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포인트인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인지 몰라도 캐서린 제타 존스
가 이젠 중년의 나이의 연기자로서 액션이나 강렬한 로맨스보다 이런
영화속에서 더 매력을 발산하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올해 개봉을
앞둔 '님스 아일랜드' 에서 매력을 발살한 아비게일 브레슬린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제2의 다코다 패닝' 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감정 묘사
연기가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매끄럽게 소화해 낸 것 같다.
잔잔하며서 마음속이 삭막해져 인간적인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가 이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