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뚜렷한 캐릭터로 승부를 건다면, 일단 영화는 지탱이 된다는 걸 보여준 '놈놈놈'. 영화에서 중요한 삼박자는 스토리,캐릭터,영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모두 잘 들어맞으면 '웰메이드'작품이란 말을 듣는다.
아쉽게도, 이 영화를 보기전부터 '내러티브의 부재'란 말을 하도 들어서인지, 그쪽 부분에선 처음부터 기대를 많이 안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느껴지는 강한 포스의 캐릭터성! '좋은 놈'의 정우성, '나쁜 놈'의 이병헌, '이상한 놈'의 송강호. 이처럼 확실하게 쓰리 캐릭터를 서로 긴장감으로 지탱해줄수 있는 캐릭터는 영화에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 대규모 블럭버스터는 그나마 살수 있었다고 본다.
확실히 내용은 '지도따라 보물찾기'라는 한줄카피지만, 영화는 이 캐릭터성덕분에 2시간을 넘게 이어올수 있었다. 아무리 화면과 볼거리가 있다해도, 이 캐릭터마저 애매모호하고 기둥성이 없다면, 내용없는 영화에다 캐릭터도 보이지않는 영화를 두시간이상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포스터에서 전면을 송강호로 내세운 것처럼 '이상한 놈'의 그가 없었다면, 영화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한국형 웨스턴으로 남았을 것이다. 웃길려고 웃기는게 아닌, 생활형 말투와 대화내용에서 오는 간간한 웃음은 이 영화의 단비이자 재미였다.
그리고, 악당역으로 제대로 카리스마를 뿜어낸 '나쁜 놈'의 이병헌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화끈하게 발산해낸 것 같다. 다음 할리우드작 'G.I 조'에서도 악당역 같은데, 더 기대된다.
비록, 두 강한 캐릭터에 비해 한없이 유(柔)하게 보일수가 있는 '좋은 놈'의 정우성은, 정우성이 했기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고 멋진 '좋은 놈'의 영상을 볼수 있었다고 본다. 긴 기럭지의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서있는 정우성이 이렇게까지 멋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손익분기점이 700~800만이 와야 본전이라는 이 대규모 영화는, 해외판매도 있어서 큰 걱정은 덜겠지만, 그 들인 돈만큼 볼거리는 확실하다고 본다. 저 멀리서부터 울리는 '사막의 말굽소리들'은 극장을 울릴정도였고, 대포알이 날라다니는 전투씬은 어마어마하게 온 몸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영상은 물론 '김지운'감독의 공이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용이 한줄스토리라는 것과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비해 지나치게 산만한듯한 등장인물들과 잔가지들, 그리고 한국개봉판을 염두에 두고 끝에 계속해서 나오는 사족과 같은 '송강호','정우성'의 엔딩은 조금은 과한, 하지만 들인 돈만큼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었다고도 본다.
그래도, 이만큼의 한국형, 그것도 웨스턴 블럭버스터라는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낸 발전과 관객으로써의 대접은 반가울만 했다. 다음은, 이제 살아있는 내용만 담을수 있는, 한마디로 역사에 남는 한국형 최고의 블럭버스터를 만들어서 만날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완벽이 아니기에 다음의 발전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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