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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이후 이런 느낌을 받은 영화는 처음이다.
다시 표현하자면, 쉬리를 보면서 한국영화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10년이 흐른 지금 놈놈놈을 통해서 쉬리 때 받은 새로운 충격을 받은 기분이다. 쉬리 이후 한국영화는 이전과 다르게 재미를 더해 갔는데 과연 놈놈놈을 기점으로 한국영화는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영화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 그보다 이 한편의 영화가 현실의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에 마음이 쏠린다.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하는 짧은 흑백 독립영화라도 보게 된다면 그것은 어떤 마음씨 고운 사람을 만나는 마냥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 만남을 갖는 것이 쉽지 않듯이 그런 영화를 만나게 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놈놈놈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것으로 끝날 영화는 아닌듯 싶다.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것은 극히 나의 주관적 추측이며, 만약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 이 글을 본게 되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방금 영화를 보고와서 새벽 두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라 요점만 간단하게 남기고자 한다.
놈놈놈은 상징성을 다분히 담은 영화로 보인다. 또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조국의 지난 역사와 현실 상황을 창작된 인물과 사건속에 적절하게 담아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반미, 반일 영화이며 애국 영화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지는 상징성에 있으며 영화가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상징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좋은 놈이다.
좋은놈은 미국을 상징한다.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모습이다.
세계경찰국가로서 테러국가에 대한 응징도 하고 자국의 이익을 놓치지 않는 미국. 우리나라의 우방국가로서 도움을 주고 공존하기도 하지만 어제의 우방이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관계이다. 미국을 어메리칸 텍사스 건맨으로 상징한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박도원이 말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이다.
나쁜놈은 일본이다.
나는 영화를 본 직후, 영화에 담긴 상징성을 감독이 홈페이지 등에 구체적으로 나타냈을까 궁금해 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을 나쁜놈으로 상징한 것이 드러난다면 아마 일본에서 이 영화가 히트치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지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흥행하기는 틀리지 않았을까. 정우성의 통쾌한 역주행 씬에서 일본군사들이 한방에 죽어갔으니 말이다. 세계적 영화흥행을 위해서는 이런 상징성이 알려지는 것보다 단순 흥미의 영화로 인식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담고있는 상징성은 국내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는 세계를 무력으로 제패하여 지배하려 했던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이다. 이병헌의 짙은 검은색의 컨셉은 일본냄새를 진하게 풍기는듯 하다. 그는 칼을 잘 쓰는 그에게서 일본도가 떠오른다. '도둑이 이미 빼앗은 물건은 그 도둑의 것'이라는 논리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먼저 차지한' 것을 보란듯이 빼앗고자 하는 박창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듯이 말하는 윤태구(송강호)의 대사에서는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지금의 일본을 담고 있다.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인 이유는 우리가 먼저 도둑질 한 것에 비유되는 것은 꼭 맞는 경우는 아니지만 독도를 '우리가 먼저 차지한 땅'으로 본다면 도적세계의 논리로 일본을 들여다 보는 것도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 '조선'과 일본의 싸움을 떠올린다면.. 나는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꼽고 싶다. 한 수 아래의 일본을 여실히 드러낸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칼과 칼의 부딪힘은 결국 조선의 승리로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나쁜놈은 자꾸만 도전해 온다..
이상한 놈은 조선, 대한민국이다.
먼저 The weird의 뜻을 짚고 넘어가자. unusual and strange/이 외에도 영한 사전에는 초자연의, 무시무시한, 불가사의한, 기묘한 의 뜻으로 설명되어 있다. 미친놈조의 이상한놈이 아니라 '보면 볼 수록 신기한 놈'이라는 뜻의 이상한놈인 것이다.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윤태구'는 역사상 수 많은 침략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나간 우리민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잡혔다가 풀려나고야 마는 윤태구는 주권을 잃어버렸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되찾아 내고야 말았던 조국의 끈질긴 역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윤태구..이름조차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이 부분은 깊게 다루지 않겠다.
누가 뭐래도 예나 오늘이나 우리민족은 우수한 지혜와 근성을 자랑하는 나라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잡초같은 생명력과 숨겨진 저력을 윤태구라는 한 개인을 통해 거침없이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다이너마이트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혹시 핵인가. 북핵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감독의 정치성향이 살짝 궁금해지려고 하지만, 괘씸한 일본에 겁을 주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예전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느꼈던 통쾌함을 놈놈놈이란 창작물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맺고자 한다. 이 영화를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약육강식의 세계를 그대로 담고 광활한 만주벌판을 달리는 기차안의 풍경은 오늘날 우리네의 삶과 다르지 않다. 내가 본 영화 중에는 달리는 기차라는 소재가 어디론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각각의 인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놈놈놈에서는 종착을 향해 기차가 달려가야 함에도 여자와 돈과 눈부신 보석과 각자가 보물이라고 여기는 것들 때문에 기차가 멈추어 서서 기차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들을 좇아가다가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발견하고 '잘 못찾아 왔나'하는 후회를 하게 되리란 것을 영화는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왜 하필 제헌절(7월 17일)에 개봉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1945년 광복을 하고서도 대한민국은 1948년에 와서야 헌법을 공포하게 된다. 잊혀져 가는 제헌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외강의 공개적 수탈의 무법천지였던 지난 날의 밟히고 밟혔던 역경을 딪고서 어렵사리 법치국가의 기초를 닦은 것이 지난 제헌 공포의 날이었다. 그리고 변함없이 열강으로부터 침략의 노림수가 던져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2008년 이 여름, 총체적 위기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놈놈놈은 우리가 잡초와 같은 생명력을 지닌 이상하리만치 놀라운 민족임을 알리는 희망의 메세지를 시원스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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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눈부신 보물지도를 좇는 '놈'이라 불리는 무리들 중에 나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나는 허무함을 좇는 나 자신을 부인하며 멈춰서 있는 기차에 다시 오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차가 새롭게 출발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소중한 가족들의 얼굴을 관심있게 바라보며.
세상은 아마 나에게 이상한 놈이라고 하겠지만 진정한 보물은 종착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는다.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상징성을 찾아서
http://cyhome.cyworld.com/?home_id=a358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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