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앞서 몇
편의 작품에서 김지운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송강호와 '달콤한 인생'에서 남다른 카
리스마를 보여준 '이병헌', 마지막으로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우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고
지난 6월 칸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한국 오락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던 새로운 최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정우성)은 웨스턴에 자주 등장하는 바운티 헌터 (현상금 사냥꾼). 맹수, 현상수
배범 등 돈 되는 건 다 사냥한다고 냉철하게 말하지만 한 편으로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명
사수이자 쿨 가이, 좋은 놈이다.
‘나쁜 놈’(이병헌)은 롱 코트에 검은 장갑이 특징. 총이면 총, 칼이면 칼, 무엇이든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그는 필요하다면 살인도 밥 먹듯 할 수 있는, 뼈 속까지 나쁜 놈이다.
‘이상한 놈’(송강호)은 만주 벌판에서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열차털이범. 목표
를 향하여 저돌적으로 치고 달리다 보니, 문제와 말썽의 진원지에 늘 존재하는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로, 한 마디로 이상한 놈이다.
이들 3명이서 1930년대 만주 한벌판에서 보물지도를 놓고 가늠할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
는데..
영화는 일제 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인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과 마적단
두목인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 그리고 열차털이범인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가 보
물 지도를 놓고 펼치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소재로 했다. 정통 서부극이나 마카로니 웨스
턴에서 한 발 비껴선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이 영화는 드넓은 벌판, 총 촬영 분량의 절반
가량이 중국 사막지대에서 촬영 됐을 정도로 영화는 광활한 대평원에서 펼쳐지는 속도감
넘치는 호쾌한 액션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먼저 도입부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장
면은 '나쁜 놈' 창이가 열차를 탈취하는 신. 만주 벌판을 가로지르는 증기기관차를 폭파하
고 창이 일당이 덮치는 장면에서는 달리는 말의 펄떡이는 근육을 카메라가 절묘하게 잡아
내며 박진감을 더한다. 달리는 기차 위로 가죽 롱 코트를 휘달리며 뛰어 가던 도원이 차창
으로 몸을 던져 진입하는 장면 또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한다.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액션신으로 남을 15분 분량의 추격신에서는 눈과 귀를 압도한
다. 하지만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액션의 향연이 잦아들 무렵 세 놈이 필사적으로 보물을
쫓은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뇌리를스친다 . 영화는 태구, 도원, 창이의 어떤 과
거 배경도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를 끌어가는 맥락으로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보물지도
하나뿐이다. 태구와 도원이 우호 관계를 맺는 과정도 모호하거니와 창이가 스타일이 빼어
난 멋진 악당이다 보니 선악 경계 또한 모호하다. 극 중 어느 인물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것 처럼.. 액션의 장쾌함을 배가시킬 스토리의 긴장 구조가 부재하다 보니 눈과 귀는
즐거운데 가슴 한 쪽은 허하다. 이처럼 대체로 스토리가 빈약하고 끝까지 세 놈에게만 충
실했던 것이 한마디로 스타일은 볼만했지만, 전개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
영화에선 생소한 웨스턴 장르의 시도와 컴퓨터 그래픽없이 처리한 실감 나는 액션씬 등에
대해선 '적어도 지금까지 이런 영화가 국내에 없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는
본인의 생각이고, 제작비가 거의 200억원이나 들어갔는데 그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본인으로선 생소한 웨스턴 장르에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여러분 좋은 영화관람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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