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소박한 판타지.... ★★☆
님(아비게일 브레슬린)과 아버지 잭 루소(제라드 버틀러)가 살고 있는 곳은 남위 20도, 서위 162도, 남태평양 피지 제도에 자리한 미지의 섬. 이곳은 한 마디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이며, 님은 바다표범과 도마뱀, 펠리컨 친구들과 함께 결코 지루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이 플랑크톤 연구를 위해 섬을 비운 사이 폭풍우가 몰아쳐 잭은 배가 가라앉는 위기에 처하고, 집에 남아 있던 님 역시 해적들에게 거처가 발견될 위기에 놓인다. 한편, 위대한 탐험가 알렉스 로버(제라드 버틀러, 1인2역)를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 알렉산드라 로버(조디 포스터)는, 소설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잭에게 메일을 보냈다가 님과 연결되고, 광장공포증 때문에 한 걸음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알렉산드라는 위기에 처한 님을 돕기 위해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300>의 제라드 버틀러, 두말하면 입만 아픈 조디 포스터, 거기에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저질 댄스로 어린이 미인대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아비게일 브레슬린. 영화는 거의 대부분 이 세 명만(!)으로 치장되고 유지된다. 이 영화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영화의 도입부(그리고 마지막 엔딩)를 장식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애니메이션. 소박하고 단순하다는 건 이 영화의 포스터에 장식된 ‘초특급 어드벤처’ ‘상상 초월의 문’ 등등의 홍보 문구에 끌려 이 영화를 보러 갔다가는 실망 가득 영화관을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님스 아일랜드>는 <황금나침반>, <나니아 연대기> 등의 아동용 판타지 영화 옆에 놔두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작고 소박하다. 물론 작기 때문에 더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는 있다.
님이 겪는 위기라든가 모험도 그다지 어려운 미션이 아니다. 섬에 들어온 해적들과 님은 직접 조우하지 않으며, 해적들은 님의 존재조차 모른다. 해적들이 섬에 와서 한 짓(?)이라곤 그저 관광객들이 오염되지 않은 해변가에서 쉬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이다. 이를 해적의 침탈이라고 느끼는 건 자신만의 비밀공간을 지키고픈 아이들 상상의 한 자락이며, 해적을 물리치기 위한 님의 작전이란 것도 의도하지 않은 화산 폭발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바다표범의 방귀 냄새와 하늘을 나는 도마뱀 정도다. 영화를 보다 이즈음에서 혹시 이 영화가 <나홀로 집에> 류의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님의 ‘초특급 어드벤처’(?)는 어른들 눈으로 볼 땐 거의 간보는 수준에서 머물러 버린다. 그런다고 알렉산드라가 섬을 찾아가는 과정이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님이 여행객 중의 한 아이의 얼굴을 만져보는 장면이다. 님이 실제로 대하는 인간은 아빠 외에는 없으며, 님에게 인간이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일종의 판타지 속 존재일 뿐이다. 님이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실재감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판타지가 현실과 만나는 지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이들만(!)을 위한 소박한 판타지다. 동물들의 귀여운 연기, 아비게일 브레슬린의 깜찍함도 좋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는 조디 포스터의 망가진 모습은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이다. 헐리웃에서 가장 지적이며 진지한 배우라는 조디 포스터의 변신. 역시 모정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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