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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마셜 감독의 <둠스데이 : 지구 최후의 날>이 참고한 영화들
지난해 <디센트>로 슈퍼 루키로 등극했던 닐 마셜 감독의 <둠스데이 : 지구 최후의 날>(이하 <둠스데이>)이 공개되었다. 80년대의 주옥같은 액션영화에 오마주를 바칠 것임을 공언했던 마셜의 발언처럼 <둠스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신이 보고 자라면서 열광하며 애정을 쏟았던 수많은 영화들을 복제하면서 팬보이의 열정을 쏟아냈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평처럼 <둠스데이>는 장르 팬들에게는 “80년대 액션영화에 대한 오마주의 결산”이며,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몰상식한 베낌 영화로 받아들여진다. 중요한 건 이 슈퍼액션영화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영화들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 재미 2배 유머 2배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둠스데이>의 액션 미학을 엿보자.
1. <매드 맥스> 시리즈
호주 출신의 조지 밀러 감독이 만든 미래 묵시룩 영화의 결정판. 멜 깁슨은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시리즈 두 번째 <로드 워리어>의 액션은 세계 영화사상 최고의 카체이스로 기록된다. 아내와 자식을 잃고 방황하는 한 경찰관의 복수를 그린 1편을 통해 호주영화의 존재감을 알린 <매드 맥스>는 미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즉 기름을 둘러싼 무법자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을 담은 2편으로 세계적인 액션영화로 주목받았다. 3편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섹슈얼한 펑크족들의 코스튬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둠스데이>의 세계는 이 <매드 맥스>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받았다. 차세대 액션히어로 싱클레이의 절반은 멜 깁슨의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박력 만점의 카체이스는 영락없는 <매드 맥스2>의 것이다. 닐 마셜은 카메라 구도와 스턴트맨들의 모션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그럼 혹평을 받았던 3편의 영향은? 집단의 광기와 독특한 코스튬의 세계가 바로 3편의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셜은 조연 캐릭터 한명에게 ‘밀러’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2. 스네이크 플리스켄 시리즈
장르영화의 작가 존 카펜터의 인기 만점 시리즈로 <뉴욕 탈출> <LA 탈출>이 만들어졌다. 두 영화에서 외눈박이 주인공 스네이크를 연기한 커트 러셀의 시니컬한 모습이 액션영화 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탈출 시리즈는 위험천만의 고립된 공간에 특수임무를 띠고 파견된 스네이크의 맹활약을 그린 B급 SF액션영화. <둠스데이>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고립된 죽음의 도시는 바로 이 탈출 시리즈에서 가져온 것이다. 단지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뀌었을 뿐 무법자들과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은 동일하다.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B급 액션영화의 낭만이자 로망이다. 닐 마셜은 탈출 시리즈의 세계관과 함께 스네이크 캐릭터까지 싱클레어에게 주입한다. 한쪽 눈을 상실한 신체적 핸디캡, 시니컬한 표정으로 담배 타령을 하는 것은 스네이크의 트레이드 마크다. 다만 싱클레어의 경우 21세기 영화답게 잃어버린 눈을 대체하는 카메라 기능을 갖춘 의안을 전투시에 활용한다. 닐 마셜이 <둠스데이>를 만들면서 가장 많은 존경과 헌사를 바친 것이 <뉴욕 탈출>이다. 역시 조연 캐릭터 가운데 한명에게 ‘카펜터’라는 이름을 붙이며 애정을 과시한다.
3. <오메가 맨>
<둠스데이>에서 만나는 고립된 도시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특히 싱클레어 일행을 태운 장갑차가 폐허가 된 도시를 질주하는 것은 특정 영화를 떠올린다. 바로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오메가 맨>이다. 이 영화는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의 두 번째 영화화 작품으로, 지구상에 살아남은 단 한명의 남자가 돌연변이들과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액션영화. 닐 마셜은 텅 빈 도시가 가진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했고, <둠스데이>에서 <오메가 맨>의 상황을 재현했다. 젊은 관객에게는 대니 보일의 <28일후…>와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가 더 익숙하겠지만, 이들 영화도 따지고 보면 모두 <오메가 맨>의 영향이다.
4. <엑스칼리버> & <글래디에이터>
싱클레어가 벌이는 무한 액션 질주의 특징은 전혀 다른 시대의 특성을 반영한 액션 스타일이다. 화약 냄새 진동하는 화끈한 총격전을 벌인 뒤, <둠스데이>는 갑자기 중세시대로 점프한다. 당연히 액션의 스타일도 급변화하게 마련. 쫓고 쫓기는 가운데 숲에서부터 시작되는 <둠스데이>의 중세시대로의 여행은 존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에 대한 오마주다. 아름다운 숲과 말들의 질주, 왕과 기사들까지 닐 마셜은 자신이 본 영화의 감동적인 순간을 재현하려고 애썼다. 또한 싱클레어와 단단한 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와 벌이는 싸움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경기장에서 일대일로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던 액션장면의 반복이다. 두 영화의 액션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거한과 힘겹게 싸우며 승리를 거두는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검투사 막시무스의 흔적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씨네21-2008년 6월 26일/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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