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네 명의 남성과 그들의 연인과 그 대상이 되는 네 명의 여성들의 각기 다른
사고관과 상황을 두고 보는 옴니버스식 네가지 에피소드를 짜맞춘 영화의 느낌은
처음에는 신선하게 보여진다. 물리치료사를 하는 연상 여성 김효정(손태영)과 연하
남성 박원재(장근석) 커플, 닭살스런 연인을 보여주는 강진아(유인영)와 정은석
(김산호) 커플, 밴드 리더인 서민철(데니안)과 그를 사랑하지만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 남보람(장희진) 의 커플 과정,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것인지 조차 불투명해
보이는 바람든 두 남녀 커플 허욱(우승민)과 조비앙(한여름)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4인 4색적 러브 스토리를 진행해 나간다. 군 입대를 전후로 한
남, 여의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군 입대후 변화되는 상황을 이등병과 병장,
전역의 과정을 서사적인 전개로 보여주는데 이야기의 비중을 비롯한 상황이
군대에서 경험했던 후임들이 커플이 깨지는 이야기와도 비슷한 면이 조금씩
비추어지긴 했다. 군대에 가서 헤어지는 남, 여의 심리상의 문제를 다루는
느낌이 괜찮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감정이입의 어려움은 상당히
난감한 문제로 작용한다.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진지한 느낌이 없다는 것과 짤막하게 끊어지는 커플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너무 길게 늘어지는 커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공감을 사기에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인 영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군 생활을 하는
남성의 답답한 심리적인 변화의 모습을 조금도 조명해 주지 않고 있고
뛰어 넘어 버리는가 하면 이야기의 비중도 어느 커플에게는 상당히 집중
되어 있으면서도 다른 커플의 이야기는 상당히 미진한 부분을 보여 나중에
결말에서 왜 저런식의 모습으로 보여지게 되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즉, 4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것
은 좋은데 결정적으로 감정이 이입되거나 공감할 만한 폭을 보여주는 틈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은 커플들의 이야기도 포함하면서 한, 두가지 에피소드
에만 집중하게 만드는가 하면 그렇게 집중하던 에피소드도 어느순간 비중이
작아지거나 또 다른 커플의 이야기가 비중이 커지는 감정이입이 힘든
전개에 공감대를 살수 없는 전개는 결국 이 영화가 군인간 남성과 그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는 것 조차 감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른 남성과 여성의 행동변화과정을 보는 것은 경험자들과
앞으로 군입대할 남친을 둔 커플들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다른 방향과 다른 느낌의 전개로 결말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두 커플은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마무리를
해주지만 두 커플은 상당히 감정이입되지 않는 느낌으로 끝낸다.
시작과 표현하려는 이야기들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결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체성 없는 영화가 되어 버린 것, 그리고 몇몇 인물들은
그 자신의 캐릭터적 색채조차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 영화를 추천하긴 힘들어진다. 연애지침서도 아닌 이 영화를
볼 대상은 군대에 갈 남친을 둔 커플들인듯 하다. 많이 부족해서 많은
점수를 주기도 힘든 색채없는 영화로 기억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