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아닌데도 왠지 믿고 싶어진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네스호는 오랫동안 괴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언젠가는 영국 정부까지 나서서 네스호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벌여 괴물이 없다는 공식 발표를 하기도 했지만, 영국 정부의 음모로 치부되기도 했었다. 1933년 호수 근처에 살고 있던 한 중년 부인이 고래처럼 생긴 이상한 생물을 목격했다며 시작된 네스호의 괴물 이야기는 괴물이 목을 빼고 헤엄을 치고 있는 유명한 사진으로 인해 일약 전 세계의 괴물 애호가(?)들을 네스호로 몰려들게 했다. 그러나 그 사진은 나중에 조작으로 찍은 장난임이 밝혀져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했고, 네스호엔 괴물이 없는 것으로 공식화됐지만, 아직도 네스호 주변엔 괴물의 존재를 믿으며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네스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고 한다. "호수를 찾을 때는 반드시 마음의 문을 열어라. 어쩌면 괴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어라. 그러면 괴물을 목격할 수도 있다"
<워터호스>는 그 유명한 괴물 사진이 조작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괴물의 존재는 실재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한 외로운 아이와 괴물의 눈물겨운 우정이 있었다고 진지하게 토로한다. 네스호의 괴물처럼 우리도 살다보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믿고 싶어지는 것들이 있다. 나에겐 도깨비의 존재가 그렇다. 아버지는 어릴 때, 정말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당신이 어릴 때만 해도 쉽게 도깨비를 볼 수 있었는데, 한국전쟁 이후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 산 깊숙한 곳까지 군인들이 들어가서 대포를 쏴대는 통에 도깨비들이 도망갔다나. 그런데, 우리나라 전래 동화 속의 도깨비처럼 아버지가 만난(?) 도깨비들도 인간들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는 그저 장난꾸러기에 불과한 존재들이다. 도깨비의 존재를 믿을 나이는 아니지만,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재밌어질까 싶기도 해진다.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아이가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 그건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고래일 수도 있으며, 강아지일 수도 있다. 심지어 외계인이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아이는 그 대상으로 인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간다. 그러다 아이의 유일한 친구에게 위기가 닥친다. 그건 자유의 박탈 또는 죽음, 타의에 의한 이별일 수도 있으며, 불의의 사고일 수도 있다. 대게 이런 식의 위기는 아이와 그 대상의 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발생한다. <워터호스>에서는 폭력과 비생산의 가장 대표적 집단인 군인(전쟁)으로 인해 위기가 닥친다.
<워터호스>에서의 괴물을 <프리 윌리>에서의 윌리 또는 <ET>에서의 ET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아니면 이런 내용을 가진 무수한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존재로 치환해도 관계없다. 그렇다면 비슷한 얘기들 중 하나니깐 식상하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대부분의 영화는 결국 몇 개의 원전에 빚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얘기를 얼마나 새롭게 변주했느냐의 문제인데,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워터호스>는 어릴 적 도깨비나 산타클로스 얘기처럼 나이가 먹으면서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왠지 믿고 싶어지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아이들 영화인건 맞지만, 그런 의미에선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덤으로 덧붙여 말하자면, 크루소가 아이들 등에 업고 신나게 물 속을 헤엄쳐가는 멋진 장면을 나는 CG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DVD 부록에 보면 실제로 물탱크를 만들어 놓고 알렉스 에텔을 생고생시켜 만든 장면이라고 한다. 잔인한 감독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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