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신기한데, 자주 보니 시들....
나에게 있으면 하는 초능력 중에 가장 구미를 당기는 게 뭐가 있을까? 아마도 남에게 보이지 않는 능력(투명인간),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 순간 이동 능력 정도일 것이다. 어릴 때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런 능력이 있다면 여탕을 들어간다든가 하는 농담과 함께 보통 은행을 털어 평생 편히 살겠다는 얘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정 레퍼토리였다. 우연찮은 기회에 순간 이동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도 생각하는 수준은 비슷한 것 같다. 데이빗은 많은 국가의 돈을 쌓아 놓고 런던, 파리, 도쿄 등을 돌아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데, 첫사랑인 밀리(레이첼 빌슨)와 함께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자신과 동일한 능력의 소유자(점퍼)를 만나게 되고, 오래 전부터 자신들과 같은 능력자들을 죽이러 다니는 팔라단이라는 조직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 살기 위해 팔라단과 맞서는 데이빗은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충격적 사실을 마주 대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순간 이동 능력은 대단히 그럴싸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순간 이동은 '뽕'하고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되는데(이를테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처럼), <점퍼>에서의 순간이동은 대단히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이 휙휙 돌아가며, 신기한 구경거리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한다. 그리고 순간이동으로 데이빗이 돌아다니는 세계 각국의 풍경-스핑크스의 머리 꼭대기, 콜로세움 등-도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순간이동을 이용한 액션도 현란하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순간이동을 보고 있자니 나중엔 둔감해지며 좀 시들해진다.
<점퍼>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데, 원작 소설에서는 데이비드의 어머니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죽고 복수를 꿈꾸는 내용이며, 팔라딘이라는 조직이나 동료 점퍼인 그리핀(제이미 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없던 조직을 만들어서 그런지 팔라딘이라는 조직은 데이빗의 상대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듯하다. 신만이 그런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무조건 죽이려 드니,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충분히 죽일 수도 있었던 롤랜드(사무엘 잭슨)를 살려 놓고 마지막에 어머니와의 관계를 밝힌 것으로 보면 아마도 2편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순간 이동으로 웬만한 멋진 곳은 대충 돌아다닌 것 같은데, 2편에선 어디를 돌아다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