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불륜인데, 기분이 유쾌하다....
어느 소도시에서 하숙을 하며 생활을 꾸리는 50대 아줌마 봉순(김해숙)이 어느 날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외친다. "미안해. 여보.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리고선 냉큼 21살이나 어린 구상(김영민)이 하숙하고 있는 건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를 두 눈 뜨고 바라봐야 하는 남편(기주봉)은 아연실색이다. 나이가 어린 것만 해도 그런데, 구상은 딸 정윤이 결혼하려고 했던 남자친구였으며, 거기에 이미 임신까지 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고 보통 드라마처럼 남편이 특별히 문제가 많거나, 아내를 폭행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못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남편은 미장원 여자(방은희)와 바람을 피기는 하지만, 아내에게 걸린 것도 아니다.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남편의 바람이 일종의 맞바람이라는 형태로 이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봉순에겐 남편이 바람을 핀다든가 하는 건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안다고 해도 고려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남편은 다른 남자에 비해서는 훨씬 아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편에 속한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자신의 이중생활을 청산하려고 시도도 하며(물론 일순간이겠지만), 딸에게 "그래도 우리가 엄마를 이해해야 돼. 우리가 아니면 누가 엄마를 이해하겠니"라며 다독인다. 그럼에도 봉순에겐 자신의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로 자리 매김한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단련된 것처럼 이 영화 역시, 나이든 아줌마의 일탈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결국은 젊은 남자가 떠나고 가족은 더욱 화목해진다는 식의 전형적 가족 드라마가 아닐까 예상했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예상을 뛰어 넘어 아예 내친 듯 달려간다. 그리고 이런 불륜(!)을 감싸고 있는 통통 튀는 듯한 리듬과 코믹함으로 인해 자칫 불쾌할 수도 있는 영화는 내내 유쾌함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딸 정윤이 엄마가 낳은 동생(?)을 안고 있는 장면-은 어쩌면 확장된 의미의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말해주는 듯도 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조금만 자제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봉순과 구상의 사랑의 굉음(!)이 동네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던 밤 같은 경우는 일종의 판타지로 표현했는데, 확실히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 상당히 유쾌하다. 그리고 어쨌거나 자신의 사랑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