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클럽 ; 붕대 하나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 영화
지난 해 영화 <내일의 기억>을 좋게 본 탓에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있던 중 그의 신작 영화라는 점에 끌려서 본 영화. 텐도 아라타의 동명 소설인 <붕대클럽>을 영화화했다고는 하나 원작을 본 적이 없기에 영화 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STORY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는 고3 와라. 실수로 손목을 다친 일을 가지고 주위에서 다들 자살미수라고 본 것에 대해 상처를 입은 그녀는 병원 옥상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자신을 디노라고 말하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날 디노가 와라가 서 있던 자리에 붕대를 감아주자 마음의 어딘가가 치유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와라는 절친한 친구인 시오가 실연을 당해 아파할 때 디노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시오에게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그 일로 인해 시오는 실연의 아픔을 이겨낸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시오와 기모가 함께 붕대클럽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와라에게 제의를 한다. 와라는 그 일로 인해 다시 디노와 만나게 되고 이들 네 사람이 함께 클럽 활동을 한다.
붕대클럽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어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고 이를 치유해주면서 모든 일이 순순히 잘 풀려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아픔은 치유하지 못하고 잇는 이들.
과연 붕대클럽은 이대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붕대클럽의 매력
-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성장 영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면서도 스스로 자신을 자해하는 디노
약해 보이지만 한 때는 꽤 잘 나갔던 재수생 기모
평화주의자면서 애 어른이 되어버린 와라
사랑에 모든 것 내맡기는 시오
냉정하고 할 말 다하는 여고생이지만 실은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템포
일찌감치 생활 전선에 뛰어든 리스키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다.
초반에 이들을 그려내는 데 있어 다분히 일본 만화 특유의 표현이나 연출을 사용하는 것이 어쩌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초반에 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 필요한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이다. 실제로 이들은 현실을 벗어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을 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란 사실이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가에서 볼 수 있을 지 모르는 모습이기에 더욱 눈길을 끌게 한다.
- 10대 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리고, 공감도 높은 내용들
사랑, 우정, 마음의 상처, 그리고, 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 속 주인공들은 10대들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과 풍경은 단순히 일본 내부의 이야기라고 보기보다는 우리에게도 접할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영화를 돌아보자면 이와 같은 경향의 영화들을 좀처럼 볼 수 없다.
그나마 나온다고 해도 단편영화, 인디 영화들로 영화에서나 소개되는 것이 고작이다. 어쩌면 이런 선택의 기회를 잃어버린 영화들을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다는 그 사실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한다.
-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음의 약, 붕대
붕대.
주로 상처가 난 곳을 감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인 역할이지만,
여기서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극중 대사인 붕대 하나로 세상이 얼마나 바뀌겠냐는 대사가 있지만, 적어도 이들은 붕대 하나로 자신의 마음 속 어딘가 치유된 듯한 기분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그 어떤 약보다 서로에 대한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해주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붕대는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지니고 있다.
마음 속 상처를 지닌 기억들을 찾아 그 곳에 붕대를 감는 것 하나 만으로 마음 속에 있던 그 무언가가 치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새로이 앞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붕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존재이면서도 누구에게든 아픈 기억과 상처들을 치유해줄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더욱 빛나 보인다.
한편으로 나에게도 아픈 상처의 기억에 대해 붕대로 감고 싶은 생각을 하게 했으니 그만큼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본다.
-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돌아보다
어떤 일이든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다. 대개는 이 경우가 아주 절대적이며 일방적으로도 작용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그와 같은 행동이 돌고 돌아서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되는 경우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영화 속에 보여지는 것들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래도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는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붕대클럽을 보고
- 붕대 하나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 영화, 붕대클럽
세상은 큰 사건을 계기로 변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도 때로는 사소한 것 하나로 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비록 붕대가 너무나 사소하고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나 영화에서처럼 이것 하나로 세상을 달리할 수 있다면 충분히 더 세상을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붕대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줄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존재하는 그 세상의 일부는 변한 것이니까.
나 자신에게도 아픈 상처와 기억들을 붕대 하나로 치유해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너무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올리게 한다거나 당사자들의 마음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는 몰라도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동이야말로 아직 세상이 더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테니까 말이다.
보면서 가슴이 따스해지는 훈훈한 영화와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좋았던 기억이 가득한 영화로 기억한다.
- 지난날 사소한 일로 깨어진 우정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생각을 하게 하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우정에 관한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법한 일 중 하나라고 본다. 나 역시 지난 날 그와 같은 일들을 많이 겪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보고 난 뒤
그 때 그 시절 그 일로 인해 그러지 않았다면 그 친구들과는 그러지 않았을 건데 …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실상 그런 일로 엇갈리는 것들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일이 실은 더 많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를 되돌리기에는 더욱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다시금 용기를 내어서 한 번쯤 다시 다가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너무 멀리 가버린 시간으로 인해 그럴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다시금 온다면 한 번 더 되돌리고픈 생각을 하게 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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