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헐리우드는 오리엔탈리즘, 즉 "동양"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포비든 킹덤, 중국 황제의 무덤을 찾으러 떠난 미이라3, 쿵푸하는 팬더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올 여름 우리곁에 올 채비를 마쳤고, 장쯔이를 주인공으로 제작이 진행중인 뮬란을 비롯하여 여러 영화들이 "동양"에서 소재를 찾고 오리엔탈리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헐리우드에게 "동양"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한 그들의 영화적 소재를 넓혀줄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이다. 이미 일본 공포 영화를 리메이크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린 헐리우드는 한국의 영화들, 특히 멜로와 스릴러 장르 영화 판권을 구입 리메이크를 진행중에 있다. 이제 그들은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헐리우드는 동양, 특히 한국과 일본의 영화의 경우 판권을 구입하여 그것을 서양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새롭게 제작하였다. 여기에는 미국인 특유의 문화적 우월감이 깔려있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 영화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박스오피스 외국 영화 흥행 TOP10을 보면 비영어권 국가에서 만든 영화는 중국영화가 유일하다. "와호장룡"이 유일하게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으며 뒤를 이어 영웅, 무인갑원갑, 쿵푸 허슬이 TOP10안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중국은 조금 특별한 존재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태도는 영화제작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실 헐리우드에는 수많은 중국 출신 배우들이 진출해 있다. 그들은 영화의 조연을 넘어 당당히 헐리우드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연걸, 주윤발, 성룡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헐리우드는 현재 중국의 소재를 가져와 중국 출신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영화라고 할수 있는 "포비든 킹덤"이 드디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성룡과 이연걸이 한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다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인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또다른 화제를 불러 모았고 동양권 나라에서는 특히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막상 영화는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다. 사실 성룡과 이연걸은 중화권 최고의 스타들이다. 현재는 아니지만 몇년전까지만해도 명절 특선 영화에는 성룡과 이연걸의 영화가 빠지지 않고 편성되어 있었다. 특히 그들은 "황비홍"시리즈와 "폴리스스토리"시리즈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헐리우드로 날아간후 명성에 걸맞는 영화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성룡과 이연걸은 최초로 같은 영화에 출연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여기에다 성룡과 이연걸의 무술대결까지 볼수 있다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중화권 최고의 스타가 한 영화에서 만났음도 관객의 기대에 어울리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헐리우드, 소위 서양이라 불리는 곳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찾을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헐리우드는 현재 "동양"과 사랑에 빠져있다. 여기에는 그들에게 동양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신비롭고, 새로운 영역이기때문이다. "동양" 은 이미 미국식 사랑 영화나 블럭버스터에 식상할때로 식상해진 미국 관객들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줄수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이러한 헐리우드의 생각은 이 영화 "포비든 킹덤"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고전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이 영화는 이소룡, 무술, 취권, 학권, 당랑권 등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동양적인 것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이 영화의 소위 "동양적"코드는 서양인들에게는 신선하고 재밌게 다가갈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속 소재 "동양"에서 이미 살고 있는 동양인들에게는 과연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역사적으로 문명 발생지 양쯔강을 끼고 있는 중국은 동양 대부분의 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동양권 나라에게 중국 문화는 자국 문화만큼 익숙한 문화이다. 이 영화의 초반 언급되는 용쟁호투나, 백발마녀전 등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할 정도로 알려진 작품들이다. 언급된 작품들 외에도 동양인들은 수많은 중국 무술영화를 보아 왔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 영화에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여주며 지나가는 취권, 학권, 당랑권 등이 신선하거나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중국 영화들에서 이미 많이 보아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또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중국의 서유기라는 장편 소설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뿐 제대로된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저 두시간 남짓의 시간을 동양, 그것도 중국적인 소재들로 가득 채워 관객들에게 흥미를 주려하고 있다.
그나마 영화에서 관객의 흥미를 꺼는 것은 성룡과 이연걸의 대결정도이다. 중화권 최고의 스타 성룡과 이연걸의 무술 대결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다. 성룡과 이연걸이 무술 대결을 벌인다는 것만으로도 이 장면은 동양인들에게 재미를 준다. 하지만 과연 성룡과 이연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서양인들에게 이 장면은 거저 동양 무술 고수 두명의 대결 장면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서양인들에게 신선하고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동양인들에게는 성룡과 이연걸의 대결을 볼수 있다는것정도에 만족해야할 조금 실망스러운 영화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헐리우드에서 중국 최고의 주방장 두명을 데려다가 자장면을 만든다기에 기대를 잔뜩했는데 먹어보니 그맛이 중국에서 먹는 맛보다 못하더라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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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오프닝 스퀸스를 보다 문뜩
"아라한 장풍 대작전" 오프닝 스퀸스가 얼마나 멋졌는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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