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운 스릴 코미디????
여자친구(이은성)의 빚을 갚아줘야 하는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는 우연찮게 (사실은 우연이 아니지만) 금융계의 거물 강노식 회장(변희봉)의 제안을 받게 된다. 임의의 숫자로 핸드폰 번호를 구성, 그 주인이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맞추는 것. 이기면 현금 30억원이 주어지지만, 지면 젊은 육체를 넘겨야 한다. 영화에서도 강노식 회장의 친구(장항선)가 지적했듯이 이 게임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극히 일부만을 건 내기. 영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실제로 랜덤으로 전화를 했을 때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적 소수자가 전화를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쨌거나 확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깐 패스!) 민희도가 져야 하며, 둘의 육체는 바뀐다.
뒤늦게 이 내기가 공정치 못했음을 알게 된 민희도(변희봉)는 자신의 육체를 찾기 위해 강노식 회장에게 쫓겨난 젊은 아내(이혜영)을 끌어들여 반격을 준비하지만, 검은 금융계를 주무르는 강노식 회장의 안테나에 이들의 움직임이 속속들이 잡히고, 반격을 준비하던 이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과연 민희도는 자신의 젊은 육체를 찾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육체가 뒤바뀐다는 설정 자체가 그다지 새롭거나 놀라운 건 아니다. <더 게임>은 일본만화 <체인지>를 차용했다고 하는데,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1996년에 정준, 김소연 주연으로 개봉된 바도 있었고, 헐리웃 영화로는 오우삼의 <패이스 오프>가 있다. 한국영화 <체인지>는 천둥번개로 인해 남녀 학생의 몸이 바뀌게 된 코미디물이고, <패이스오프>는 숨겨진 폭탄을 찾기 위해 형사가 범죄 조직 두목의 얼굴로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또는 <더 게임>에서처럼 젊은 육체에 늙은 영혼, 반대로 늙은 육체에 젊은 영혼이 깃들게 된 영화로는 <빅>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경우 대체로 코미디물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선 소재 자체가 웃음을 주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전제된 듯하다. <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진지한 스릴러물의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스릴러물보다는 코미디물로서의 존재 가치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특히 늙은 육체를 가지게 된 민희도의 행동거지나 갑자기 늙어버린 조카를 인정하게 되는 삼촌(손현주)의 반응은 그 자체로 훌륭한 코미디물로서 기능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감독의 의지와 영화의 분위기는 스릴러물을 지향하고 있으나 코미디가 되어버린 어정쩡한 상황.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말이 환히 예상되는 스토리 전개까지 겹쳐서 보는 내내 실소를 금하기 어려웠다. 물론, 이런 소재라고 무조건 코미디 영화만 제작하라는 원칙은 없다. 스릴러 영화의 핵심은 반전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고 한다.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던 이혜영의 잠적과 갑작스런 퇴장에서 대표적으로 보이듯 전개의 허술함이야말로 스릴러로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다.(이런 걸 보면 확실히 영화는 오로지 감독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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