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숱한 자아계발 서적은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고 외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꿈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현실과 상황을 보았을 때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데도 그걸 억지로 이루려고 떼를 쓰다 보면 그만큼 부작용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또래에 비해 감수성이 배로 풍부한 문학소녀 브라이오니는 언니의 연인을 짝사랑하고, 혼자 마음아파하고 질투하다가, 못된 시나리오를 꾸미기에 이른다. 그 결과가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이 영호의 제목처럼, 그녀는 훗날 속죄를 하고 싶어 나름대로의 방법을 사용한다. 즉. 그녀의 로망이었고 꿈이었던 소설을 빌어 해피엔딩의 결말을 이루어 냈던 것. 그러나 그 해피엔딩은 소설 안에서만 존재할 뿐, 현실은 가혹했다. 그렇게 가혹하게 무너진 세실리아와 로비를 보면서 관객은 마음아파 할 수 밖에 없고, "책에서는 로비와 세실리아에게 그들이 삶에서 잃은 것을 주고 싶었어요. 제 마지막 친절입니다"라고 고백하지만 그녀를 그다지 고운 시선으로 볼 수가 없고, 이미 진실을 알아버린 관객의 입장에서는 브라이오니에 대해 몰인정할 수 밖에 없다. 브라이오니의 잘못된 선택과 경솔함이 비극적인 귀결을 가지고 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미 슬픔으로 얼룩진 로비와 세실리아의 모습 앞에 관객은 브라이오니를 힐난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아무리 평생 마음아파 한다고 한 들 이미 엎질러져 버린 물을 다시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이미 저질러진 결과 앞에 속죄를 바라보는 제 3자의 시선은 냉혹하다. 분노를 버리고 용서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 일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