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노래로 동물들과 대화하는 지젤은 마녀의 꾐에 빠져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벗어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힘든' 현실 세계로 던져지며, 지젤을 구하기 위해 에드워드 왕자(제임스 마스덴)와 마녀를 위해 공주를 죽이려는 하인 나다니엘(티모시 스폴)까지 현실 세계로 뛰어든다. 이때부터 영화는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코미디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중세시대의 인물이 현대에 와서 적응해 나가는 <비지터>나 <케이트와 레오폴드>같은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런 영화들에서 하인들이 쉽게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반면 기사나 귀족들의 적응력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도 나다니엘은 금세 현대인의 복장으로 위장하는 등 쉽게 적응하는 반면, 지젤과 에드워드 왕자는 적응에 애를 먹는다.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하층 계급의 비애가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능력은 현실 세계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데, 가장 압권은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 모으는 지젤 공주의 능력(?)이다. 지저분해진 아파트를 청소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자 몰려드는 동물들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귀여운 다람쥐, 사슴, 꾀꼬리 등이 아니라,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쥐, 바퀴벌레다.(바퀴벌레들이 일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조의 아파트>의 한 장면) 상당히 엽기적으로 묘사된 청소 장면의 피날레가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비둘기라는 건 디즈니 영화로선 꽤나 큰 모험이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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