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이라 셋트비용 크게 안들였고,
제한된 출연자들에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싸구려 배역이라
출연료 크게 안들었을 것 같고....
미끈하게 잘 빠진 괴수가 아니라, 대충 우물딱쭈물딱 만들어 놓은
괴수라 그래픽 비용 별 거 없고... 화면합성도 대충대충....
(머,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마는)
괴수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온 것이며
또 그것이 왜 인간을 공격하면서도 유리창문 안으로는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따위의,
영화 내내 널려있는 그런 '말도 안됨' 혹은 '모순',
앤티리얼리즘, 혹은 의문들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영 아니올씨다.... 이다.
그러나 촛점은 괴수가 아니라 인간이래매... 하고 보기 시작하면
그 순간, 이 영화는 B급 영화의 탈을 벗고
순식간에 A급 영화로 변신한다.
위기에 대한 개인의 대응양상, 위기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자하는 심리의 변화...
또, 집단에 속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군중심리,
도피처로서의 종교와 구원으로서의 종교의 극적인 대비.... 랄까,
우리의 봉준호가 '괴물'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전통주의, 반미주의, 가족주의, 심지어는 민족주의 와 같은
한국적 담론과는 그 궤를 아예 달리 하는 보편적 인간, 인성, 혹은
보다 근원적 종교, 철학적 담론 따위를 담고 있어서
또, 그 담론의 전개가 기승전결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간, 공간적 에스켈레이팅의 단계를 밟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뭐, 거창하게 담론 운운하면서까지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보면, 좀 쌉쌀하긴 하지만, 괜챦은 플롯이란 것을 느낀다.
또, 뒤집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기의 인간을 무민하고, 멸망하는 세계를 혹세하는
악의 근원으로서의 종교를 논하는 듯하고,
아니면, 서양문화의 핵심인 기독교주의를 조롱하는 듯하던
영화 중반 이후의 긴장감이 주인공의 어처구니 없는 살인행각으로
해소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우리의 허를 찌르는 감독의 재치가 번득인다 하겠다.
결국, "종교는 허구적 논리와 흑백의 배타주의에 기반한
악마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인간에게는 마지막 피난처요 구원이었다."
슈퍼마켓 안의 선지자는 결국
혹세무민의 죄로 사리분별이 분명하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지성인들에게 허무하게 총알 두방으로 목숨을 잃고 말지만,
결국 중생을 구하는 것은 시끄럽고 편집증적이고, 폭력적인 종교였다......
라는 비꼬기로 나에게는 읽힌다.
코딱지 후비면서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그러나 보는 재미가 쏠쏠한...
시간 되면 한번씩 볼만한 그런 영화였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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