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의 결혼리허설'과 '27 Dresses'. 이 한제와 영제가 가진 의미는 다소 동의하나, 원천적으로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다. '27번의 결혼리허설'이라는 한제는 영화전체를 아우르며, 또한 배우나 영화내용에 대해 인지도가 약한 우리나라 관객에게 그나마 와닿는 식의 제목번역을 잘한 경우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있으면 '27 Dresses'라는 제목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있는지, 왜 이 제목이 원제여야만 하는지 잘 알수 있다.
27번의 결혼리허설을 다니며 주인공 제인 (캐서린 헤이글)이 모은 27벌의 들러리 드레스는 그녀에게 단순한 옷이 아니다. 그녀가 뒷바라지를 해가며 챙긴 27명과의 인연과 헌신의 증거이자, 또한 그녀가 앞으로 하게 될 그녀의 결혼식을 위한 예비행사적인 27벌이다. 게다가, 그녀가 결혼할 때 이 27벌의 드레스를 바삐 갈아입으면서까지 도와준 그녀의 친구들이 자신의 결혼식에 다 와줄지 확인할수 있는 증거물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그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존재물이다.
그러한 박애주의자적인 그녀의 성격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무시당하게 되자 그녀는 과감한 결심을 하게 되고. 이 27벌의 드레스를 버리기에 이른다. 이것은 바로 그녀가 지지리했던 과거를 버리고, 현재를 바라보며, 새로운 미래를 나아가기로 한 것을 나타낸다.
이렇기에 27번의 결혼리허설을 다녔다는 영화속 신문기사의 제목처럼 '27번의 결혼리허설'이라는 한제보다, 그녀의 모든것을 담고 있는 '27 Dresses (27벌의 드레스)'라는 영제가 그녀에겐 더 어울린다.
영화는, 아쉽게도 지금까지 봐온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다. 여자에겐 결혼이란 꿈의 희망을, 새롭게 안겨줄수도 있는 이 영화. 여주인공 '캐서린 헤이글'은 전작 '사고친 후에'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 이어 로맨틱코미디물 최고의 찌찔하고 답답한 여자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과연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왕을 차지할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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