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으며 올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음
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각색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햄튼이 영국 작가 이언 매
큐언의 원작을 각색했다. 또 제작사 워킹타이틀과 감독 조 라이트, 주연배우 나이틀리 등 '오만
과 편견'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관심을 끌기도 한 작품 영화 '어톤먼트'.
1930년대 중반 영국 부유한 집안의 딸 세실리아 탈리스(키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친다. 로비와 세실리아는 어릴
때 함께 자랐고 케임브리지에서도 같이 공부했지만 애틋한 감정이 싹트자 오히려 서먹해진 사이
다. 이들은 저택에서 만찬이 열리던 날 밤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세실리아의 13살짜리 동생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난)는 남몰래 로비를 좋
아하고 있다. 남녀의 미묘한 감정과 성적 욕망에 대해 알지 못하는 브라이오니는 로비와 세실리
아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로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된다. 전쟁이 터지자 로비는 수감
과 참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결국 군인이 된다. 그의 결백을 믿는 세실리아는 로비를
기다리며 종군 간호사로 일한다....
전쟁의 참혹성을 묘사하는 큰 스케일과 배역들의 걈정선을 극대화 시킨다.. 반면 멜로와 드라마
에 치중하다 보면 구구절절 옳은 인간애를 담은 메시지를 담았더라도 감동보다 진부한 느낌만
줄 수 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평온하고 우아한 영국 상류층 저택에서부터 처참하고
황폐한 전장의 한복판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이 힘겨운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을 차근차
근 그린다. 특히 프랑스 던커크 해안의 영국군 철수 장면에서 병사들의 천태만상을 한 테이크 안
에 훑으며 전쟁의 실상을 단번에 요약해 준다.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의 떨림까지 잡아내면서 열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동시에 살린 조 라이
트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력도 돋보인다. 장면 장면의 특성을 살려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표현하
는 음악과 시선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의상은 눈과 시선을 이끈다. 키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아
보이, 시얼샤 로넌 등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영화 전반부 분수대에서 벌어지는 남녀 주인공의 말다툼을 창문 너머로 엿보는 어린 소녀의 시
각으로 보여준뒤 실제로 일어난 일과 당사자 사이에 오간 대화를 재구성해 보여주는 장면이 대
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밀한 감독의 연출이 관객에게 주는 감동이 "그냥 서사를 겸미한 평범
한 러브 스토리이네" 처럼 작게 미칠수 있다. 나 조차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런
데 나의 그런 생각은 큰 오산이었던 것 같다. 속죄(atonement)를 주제로, 한 소녀의 성장과 두
연인의 질긴 사랑을 그린 드라마가 나타내는 한 소녀(브라오니)가 할머니가 되서 유명 소설가로
TV 인터뷰를 하면서 속죄를 할때 귓가에 솔깃하고 "그냥 서사를 겸미한 평범한 러브 스토이네"
라는 생각을 말끔히 씻어 버리는 '러브 스토리에도 이런 멋진 반전이 있을 수 있나?' 라는 생각
이 뇌리를 파고 든다. 감독의 세밀한 연출과 구성이 빛을 발하는 영화임에 틀림 없을 것 같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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