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오해를 낳고 작은 오해는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서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어린 브로니가 집안 분수대에서 물에 젖은 세실리아의 몸을 마주하고 있는 로비를 보지 않았더라면,
로비의 잘못쓴 편지를 브로니가 읽지만 않았더라면,
로비와 세실리아가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하는 것을 브로니가 보지만 않았더라면,
큰 오빠의 친구 폴 마샬이 브로니의 사촌을 겁탈하지만 않았더라면,
브로니가 로비에게 누명을 씌우지만 않았더라면,
그리고...오래전부터 브로니가 로비를 짝사랑하고 있지 않았더라면...이 모든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너무나도 잔인하게 이 모든 일은 발생함으로써 그녀의 평생의 속죄는 시작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처음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을 봤을 때 그렇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오만과 편견>을 너무나도 똑같이 옮겨놓는데 정신이 없었구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설 한 줄 한 줄을 읽는 동안 영화의 장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랐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2번째 보게 되었을 때에 다가오는 그 느낌은 '아, 내가 오만했구나, 편협했구나'하는 생각뿐이었다.
조 라이트는 정말 원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영상미와 음악, 스토리 텔링, 갈등의 표현에 대해서 세심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었다.
그렇다, 가장 완벽하게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영화화하였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를 '영국의 여신'반열에 올려놓게 된 결정적인 그 영화의 제작자, 조 라이트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의 모토는 '소설의 완벽한 재구성'이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영국의 여신'키이라 나이틀리, 그리고 그녀와의 두번째 작품인 조 라이트 감독.
그가 다시 소설을 가지고 마술을 부려놨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를 <어톤먼트(속죄)>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전술했듯이, 이번에도 완벽한 소설의 재구성에 힘을 썼다고 하며, 그걸 보는 이 역시 소설을 본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이번에도 그의 영상미와 각각의 갈등과 장면에 절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사운드트랙, 그리고 너무나도 찬사를 보내고 싶은 깔끔한 스토리텔링과 극의 구성. 극은 시간의 순차대로 진행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점에 따른 변환을 너무나도 잘, 깔끔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다시 한 번 키이라 나이틀리를 선택한 것은 너무나도 좋은 선택이었으며,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깔끔하며 공감가는 열연을 한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애절한 사랑도 가슴이 미어지지만, 간호사가 된 브로니가 속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도 안타깝지만, 로비가 영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해변가에서 대기하는 약 8분 여의 롱 테이크 장면에서도 너무나 뛰어나지만, 후반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속죄하며 눈물을 훔치는 늙은 브로니의 모습이 왜 그리도 뇌리에서 맴도는지...몇 번을 봐도 그 장면에서는 눈물이 딱 한 방울 나도 모르게 떨어지게 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애증과 안타까움, 그리고 섹시함이 전반적으로 묻어나오는 작품으로서 조 라이트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하지만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문학적인 작품 어톤먼트,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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