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들려주는 아픈 518 회고담....
사실 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임창정 영화는 딱히 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왜 끌리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어쩌면 내가 임창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임창정 말대로 지극히 잘못 입력된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어떤 인터뷰에선가 임창정은 ‘난 지금까지 노골적인 코미디를 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생각해보니 그렇긴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임창정으로서는 꽤나 억울할 법도 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임창정보다는 엄지원, 엄지원보다는 김현석 감독에 대한 기대로 인해 보게 됐고,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우리 시대의 아픈 과거에 대한 회고담이라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은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총탄에 쓰러질 때 자신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평생 그 무게를 지고 살아가기로 했다고 하는데, <스카우트>의 호창도 광주민중항쟁 이후의 삶이 꽤나 진지해졌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1980년의 광주를 다룬 영화이면서도 그 역사적 무게에 짓눌리거나 괜스레 엄숙해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 말대로 잔인한 역사를 딱 이 정도의 가벼움으로 다루는 것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화려한 휴가>가 나왔기에 가능한 문법인 듯도 싶다.
그리고 호창의 구교대 활동에 대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좀 오버아닌가 하는 얘기들을 하던데, 실제 70년대 말 또는 80년대 초반엔 학교 운동선수들이 구교대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 평소엔 학교를 대표해 명예를 드높이던 많은 축구선수, 야구선수, 심지어 씨름선수들이 학교 코치, 감독의 명령에 반정부, 학내 민주화 시위를 하던 같은 학교 학생들을 폭행하는 등 시위를 해산하는 데 앞장서곤 했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선 일반 학생들의 반발로 학교 스포츠부가 해산되기도 하는 등 많은 갈등을 낳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은 이미 잊혀진 과거의 아픈 현실을 소재로 잘 차용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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