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그 결말의 불투명함과도 같다. 영화는 정통 스릴러인가, 코믹물인가? 첫 번째 질문을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이 글의 결말은 극과 극으로 갈라질 것이다. 마치 민희도가 강노식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듯이 말이다.
<더 게임>을 보고 <페이스 오프>를 떠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이 유사한 설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릇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연, 이야기는 제대로 풀려 나가고 있는가? 민희도와 강노식의 게임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다. 내기에 걸린 돈이 강노식의 전재산인지 극히 일부인지는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판돈이 얼마가 되었든 민희도에게는 그 정도의 돈이 필요했고 액수가 더 높다고 해서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릴만한 게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내기에서 민희도가 패배하는 장치도 민희도의 경솔함을 자책하는 데 효과적이다. 결정적으로 이 게임이 탁월한 것은 그 나름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게임에서 재력과 두뇌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100%의 운에 모든 것을 내맡긴 게임, 그렇기 때문에 몸을 빼앗긴 민희도는 극한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게임을 다시 한 번 하자는 제안뿐이다. 언뜻 민희도에게 극도로 불리한 이 상황은 거꾸로 민희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보안 금고 앞에서 그가 애걸복걸하듯, 민희도가 강노식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오직 그 게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재력과 지력은 물론, 이제는 신체적인 조건조차 그에게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효율의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영화는 꽤나 매력적이다. 영화 내적인 요소 외에도 연령과 환경이 판이한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배우들에겐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신하균과 변희봉은 결코 부족한 선택이 아니었다. 관객과 동시에 호흡하는 연극 무대를 경험한 배우 치고 진정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이는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침착함과 순발력이 장착된 최고의 연기력으로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더 게임>이 매력적인 플롯과 탁월한 결말을 놓고도 어딘가 흠을 잡히게 된다면 그것은 그 연결고리가 엉뚱한 것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첫 번째 게임과 두 번째 게임 사이에 간간히 코미디를 채워넣고 있는데 유쾌하게 웃고 나서도 이것은 무언가 찜찜한 느낌을 준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어르신 말투를 구사하는 신하균과, 울먹이며 '삼촌'을 연신 불러대는 변희봉, 그리고 애드리브와 리액션에 있어서는 여간한 코미디배우 못지않은 손현주까지, 적어도 코믹 요소만을 놓고 판단하면 매우 뛰어나다. 그들이 만드는 코미디에 어떤 부자연스러움이나 애매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본격적인 스릴러물에서 대결구도를 희화화시키는 곁다리 코미디가 지나치게 길다는 점일 것이다. 민태석은 심지어, 영화 홍보 팸플릿에 찍힌 멋진 정장 차림 사진과 달리 단 한 순간도 진지한 구석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이러한 인물들이 영화의 중간다리를 지나치게 오래 붙들고 있어서 두 인물 간의 두뇌싸움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희도는 이혜린에 의지하고 강노식은 주은아에 집중한다. 민희도는 몸을 되찾으려, 강노식은 몸을 지켜내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대신 이혜린이 계획을 짜고 안비서는 그것을 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금고 앞에서 만난 그들로부터는 '계획대로다'라거나 '이제 다 틀렸다'는 식의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연기가 되는 배우도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말은 변명할 생각 없이 변희봉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자신이 시사회장에서 "강노식도 변희봉도 욕심을 좀 부렸다"고 말했는데, 확실히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그의 연기욕이 발동된 결과임이 분명하다. 다만 이 위대한 노배우도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던 듯 하다. 젊은 배우 신하균은 대선배를 관찰함으로써 그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오랜만에) 탁월한 원맨쇼를 펼쳐보일 수 있었지만, 이 선배는 특징없이 생긴 후배를 관찰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는지 웃음의 소재가 된 결과를 연출하고 말았다. 어찌됐든 그것은 그가 주연이든 조연이든 극을 장악하는 능력의 소유자임을 감안한 평가일 뿐이다. (더구나 신하균에게 어느 정도 기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이처럼 호연을 펼쳐보일 줄은 몰랐기도 하다) 객관적인 평가로 보았을 때 이 성실한 연기꾼들은 한 편의 훌륭한 쇼를 연출해냈다. 다만 영화는 디테일한 면에서 여기저기 발을 헛딛고 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젊은 몸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함부로 굴리지 말았어야 했다"는 식의 잠언을 내뱉는 (민희도의 몸을 한) 강노식에게서는 연기의 기(技)로서도 메울 수 없는 개연성의 결여가 두드러진다. 원작이 가진 플롯을 정확히 장점만 골라서 취하였고,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에 비교하기에도 손색없는 센세이셔널한 결말을 가졌지만 영화는 시작과 끝을 가지고 크랭크인하여 결국 그 시작과 끝만 온전히 가져온 듯 해서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