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어린딸이 있었으나 자신의 아내를 탐내던 터핀 판사(알란 릭맨)때문에 누명을 쓰고 수감된
벤자민 바커(조니뎁). 15년후 그는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플릿가에 이발소를 차린다. 아래층의 파이가게 주인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자신의 아내가 터핀 판사에게 시달리가다 약을 먹었다는 소릴 듣고
터핀 판사에대한 복수를 계획하게 되는데...
원작이 뮤지컬인 만큼 역시나 영화도 뮤지컬로 간다. 오프닝부터 '역시 조니뎁'을 생각할 만큼 그의 색깔이 화면 전체를
덮는다. 실사와 그림을 넘나드는 팀버튼식 배경은 그냥 딱봐도 그 같다. 그렇게 팀버튼식 오프닝이 지나고
주인공들이 나온다. (뮤지컬 영화란 사실을 몰랐기에) 주인공의 첫대사에 '엥? 이거뭐야?'라고 생각했다.
'이것들 왜 계속 노래만 해?' 조니뎁 계속 노래하다가 다음 씬에서 제대로 대사 한다. '아. 이제야 제대로 대사하는군.'
하지만 바로 다음신 또 노래한다. '뭐야. 뮤지컬 영화야?' 적잖이 당황했다. 뮤지컬 영화라서가 아니라
사실 뮤지컬 영화라면 좀 정보가 들어왔을법한데 전혀 그런게 없었으니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다.
사실 뮤지컬 영화하면 <시카고>, <물랑루즈>, <드림걸스>, <헤어스프레이> 같은 것들만 봐왔으니 군무가 좀 있어주고
화음도 좀 넣어주고 그런것들을 생각했는데 거의 독창에 군무는 커녕 안무도 없다. 신나는 노래도 없고 음울하고 음침하다.
전에 봐왔던 뮤지컬 영화와는 완전 딴판이다. 좀 심심하긴해도 그게 나쁘진 않다. 워낙에 음침하고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하는 팀버튼 감독이니 이런 연출은 당연한 듯하다. 뭐 사실 그가 <물랑루즈>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게더 당황스럽지.
사실 음악때문에 좀 더 졸린 듯하다. 계속 단조로운 멜로디로 이어지는 노래들은 클라이막스가 별로 없고 화려하지도 않으며
장조보다는 단조의 느낌이 팍팍들어 내려앉는 느낌이다. 괜히 찬바람 계속 맞고 다녔나보다...
내용은 약간은 중간에 다른데 있다온 기분이다. 어떻게 보면 이유있는 변화인 것 같긴한데 너무도 급작스러워서
약간은 당황스럽다. 어둡고 침침한 복수영화에서 갑자기 피가 난자하는 하드고어로 넘어가는 느낌. 분명 복수할 사람은
한명인데 수십명이 죽어나가니... 목을 예술적(?)으로 잘따는 스위니 토드가 상당히 미친사람으로 보인다.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모습들이 지나간다. 뭐 워낙에 그런거 잘만드는 팀버튼이니 그럴만도 하다.
거의 영화 전체가 팀버튼 영화라고 몸부림친다.
사람들이 목을 따이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 '미성년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었다. 못해도 십여명의 목따이는 장면이
나온다.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우습게,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시시하게 표현된 목따이는 장면들은
여성관객들의 눈을 가리게 할만한 장면이었는데 아마도 팀버튼 영화중 가장 피 많이 튄 영화일 듯 싶다.
목의 경동맥을 잘라서 피가 분수처럼 튀고, 폭포처럼 쏟아지고, 물이 다찬 세숫대야에 물을 부어 세숫대야 밖으로
물을 흘러내리는 모습마냥 피가 철철 넘친다. 뭐 물론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필요한 장면이었고, 중요하게 그려질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발사가 면도하다가 면도칼로 사람 죽이는 방법은 그 방법 뿐이 없지 않은가.
간간히 들어있는 블랙코미디는 재밌기도 하지만 큰웃음은 안되주시고, 가끔은 웃을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다.
문화적 차이인지도 모르고 내가 졸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개인차인가... 간혹 난 별로 안웃긴데
크게 웃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나위 없었다. 특히나 주연 조니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는 말할 것도 없다.
팀버튼의 괴기한 컨셉에 어울리는 배우는 역시 조니뎁 뿐인듯하다. 팀버튼이 기괴한 캐릭터를 내세운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연은 거의 조니뎁 차지였다. 조니뎁 자신도 그리 평범한 역은 하지 않는 듯 하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의 '잭 스패로우'만 봐도 알겠다.
조니뎁은 좀 살벌하고 잔혹한 '스위니 토드'역 맡아 호연을 보여주었다. 그 표정의 변화나 몸 짓들에서
'잭 스패로우'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사실 영화마다 매번 완전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그이기에 연기에 대한 걱정은 처음부터 없어도 되겠다.
그런데 스위니 토드의 모습을 모고 베토벤이 생각난건 나뿐인걸까...
오랫만에 머리 삼발 지대로 하고 나오셨는데 왠지 삘이 베토벤이...
헬레나 본햄 카터. 팀버튼의 마누라. 이 이름을 처음본건 <유령신부>에서 였는데 알고보니 이분도
꽤나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파이트 클럽>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셨고 <빅 피쉬>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혹성탈출> 등
남편의 영화에도 종종 얼굴 보여주셨다. 요새는 <해리포터>에 출연 중이시다. 눈 주위를 시커멓게 칠하고
고딕한 분장으로 나온 그녀는 표정의 변화는 그리 많지 않으나 약간의 표정 변화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 낸다.
분명 악녀이지만 왠지 미움이 안생기는 악녀다. 이분의 무표정은 참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알란 릭맨. 분명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경력 또한 나름 화려한 분인데 생각 나는 거라고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악역인지 선역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스네이프 교수' 뿐이다. 이분이 등장하자 마자 '엇! 악역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게 생긴사람인데 <해리포터>의 이미지가 강해서 일까.(거기서도 악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도 하신다. 등장 캐릭터 중 가장 평면적 캐릭터일 것이다. 개성이 뚜렸하지 않은 전형적 캐릭터.
그래도 좀 비이성적 사랑을 한다. 상당한 집착을 표현하는 중년의(아니면 노년의) 사랑.
조연으로 <해리포터 :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쥐로 변신하던 그 아저씨 '티모시 스폴'(비들 역),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와 영국의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사샤 바론 코헨'(피렐리 역). 그밖에 분명 상당히 비중있는 위치의 캐릭터인데 출연량도 별로 없고 비중도 별로 없고 왠지 신인같은 조안나와, 안소니. 안소니 이놈은 모델 같은데...매끈하게 생겼단 말야...
출연분량은 적은데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면서 사고 하나씩 치는 녀석이다.
사실 생각보다 별로 였다. 분명 평균이상의 영화가 맞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너무 컸다.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이
만난지라 그 기대의 시너지가 너무 컸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졸음이었다. 졸기엔 너무도 최적의 극장시설과
나의 스케쥴과 영화의 음침함까지 더해져 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둘러본다)
영화는 자신은 팀버튼이 연출했다고 온몸으로 울어댄다. 그 특유의 음침함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고 캐릭터의 개성또한
하나하나 다 살아있으며, 그의 단짝은 역시 조니뎁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했고, 헬레나 본햄 카터도 팀버튼 영화에 참
잘어울렸으며 미술과 특수효과 등도 내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매번 밝고, 군무 넘치고, 현대물적 사랑이야기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뮤지컬 영화다. 색이 달라도 너무 다르긴 하다. 좀 음침했던 <록키 호러 픽쳐쇼>도 신나는 거 많았는데...
졸았던게 너무 아쉽다. 내 반드시 다시한번 멀쩡한 정신으로 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