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유료 영화로 낙점된 것은 바로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1편을 군인 시절 부대에서 상당히 재밌게 봤었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보물을 찾기위한 수수께끼 풀기와
간간히 알게 되는 미국 과거의 역사들까지 상당히 흥미있는 영화였다.
당시 국내외 영화의 트랜드는 바로 '팩션(Faction)'이었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팩션물은 당시 소설 '다빈치코드'의 인기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그뒤로 몇년간 팩션은 상당히 많은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6.25 사변'이란 사실을 소재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든 <태극기 휘날리며>와 연산군이 광대를 궁에 불러들여
궁내에 기거하게 하며 즐겼다라는 기록에서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왕의 남자>. 두 영화 모두
팩션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팩션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서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느낄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아. 정말일 수도 있겠구나'하며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에 그 재미가 있다.
하지만 사실과 상상을 잘 못 섞게 되면 너무도 허무맹랑한 잡탕 이야기가 되버려 철저한 고증이 있어야한다.
2004년 개봉한 <내셔널 트레져>도 미국에선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1달러 지폐에 숨겨진 의미와 독립선언문 등의
역사적 자료들의 숨겨진 의미 그리고 그 역사를 파헤쳐 나가면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었다. 그에 힘입어
그 속편도 제작이 되었는데 이른바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이다.
남북전쟁영웅의 집안의 자손인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 하지만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윌킨슨'은
분실되었던 링컨 암살범의 일기장에서 분실된 페이지를 들고 나오며 벤 게이츠의 집안은 링컨 대통령 암살 공범의 집안으로
내려앉는다. 이것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벤 게이츠'는 대통령 암살범이 보물을 가지려고 한짓임을 밝혀내
누명을 벗기려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이번엔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에도 간다. 전편보다 스케일도 약간 더 커졌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 허무맹랑 그자체다.
사실 1편때의 호기심 유발과 기발한 암호문들을 보며 흥미를 가졌지만 2편은 너무도 기막히는 설정에 혀를 내두른다.
이 밑에서 부터는 스포일이 첨부될지도 모르니 앞으로 보실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기막힌 설정이라 함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다. 초반엔 괜찮게 잘 나간다.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만 있는지 알았더니
영국에도 있고, 총 3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결단의 책상이라는 책상이 영국 버킹검 궁 여왕 집무실과
미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있다는 것도 처음알았다. 뭐 과연 '결단의 책상'이라는 것이 진짜 있는지는
미국 역사를 모르니 넘어가고. 이들 일행들은 너무도 쉽게 영국 여왕 집무실과 미 대통령 집무실을 들어간다.
그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집무실에 어찌 경호가 그리 허술하단 말인가. 경비가 없다. 우리집이 그곳보다
들어가기 힘들겠다. 더 허무맹랑한 설정은 대통령 납치다. 뭐 사실 따지면 납치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이미 링컨 암살범 집안으로 몰린 사람의 말을 따라 지하 밀실 미로를 너무도 흔쾌히 따라가다니.
그것도 경호원도 떼어두고 말이다. '미 대통령은 국민의 친구다' 뭐 이런거라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건가.
거기에 플러스. 제목에서 '비밀의 책'이라는건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만 전해진다는 국가 최고 기밀들이 적혀있는 책이다.
미 대통령만 볼 수 있고 미 대통령만 적을 수 있다. 그러니 미 대통령 말고는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한 책을 링컨 암살범 집안의 자손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람에게 그 사람이 자신의 집안에 씌인 오명을
벗고 싶으니 그 책을 보여달라고 이야기했다고 그 책을 자신의 동행도 없이 너무도 친절히 그 책의 위치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보여주다니. 뭐 이런게 있어!!
1편에 이어서 몇가지 암호문의 종류가 나오는데 그것도 역시 중요하지가 않다. 1편에선 암호문 설명을 친절히 해주더니
이번엔 별 설명도 없다. 역시나 고전적인 상징적인 문장으로 된 수수께끼만 잔뜩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 '벤 게이츠'가
수수께끼를 잘풀고 많이 풀었다고 해도 단 3초 짱구 굴리고 이 수수께끼들을 팍팍 풀어내는데는 완전 질렸다.
수백년전 이 수수께끼의 문장을 적어 놓은 사람들의 노력은 3초만에 헛고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번 편에도 역시나 악당은 출연한다. 주로 악당 아니면 군이나 정부 관계자 역을 많이 하셨던 '애드 해리스'가
악당을 맡았다. 뭐 따지자면 악당은 아닌데 악당이다. 악당인데 너무 협조적이다. 뭐 나중에 협조적이었던 이유가
밝혀지지만 좀 확실하지 못하고 어정쩡했다.
꽤 존재감 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지만 그 배우들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너무도 허무맹랑 어처구니 100사발의 설정으로 인해 완전 파뭍혀버린다. 이정도면 팩션이 아닐 픽션이다.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완전 간과해 버렸다.
그렇다면 내용이 그러면 볼거리라도 주든가. 볼거리도 그리 많지 않다. 전편에 비해 카체이싱이나 <인디애나 존스>에서나
볼만한 고대유적 액션도 나오지만 별로다. 그리 긴장감도 없다. 특히나 잔뜩 기대했던 황금도시는 너무도 우중충했다.
금은 어디 갔다 팔아먹었냐. 세공이 안된 금은 그리 찬란하지 않다지만 세공된 황금으로 만든 도시가
그 오랜시간 아무리 먼지가 쌓였다 해도 이리도 우중충 하더냐. 도금이 더 찬란할 듯 하다.
이건 뭐 처음부터 끝까지 안좋은 점만 줄줄이 비엔나다. 내용도 없고 볼거리도 없는 이 영화가 그래도
조조영화 4천원이 본전이란 생각이 안들게 한건 '사실'의 소재로 나온 것들 때문이다. 아무래도 '팩션'이다보니
역사적인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공부가 된다. 뭐 공부한다고 영화 보는건 아니지만 영화보면서 모르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도 기분이 안좋지는 않다. 사실 뭐가 사실이고 뭐가 뻥인지도 모르겠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말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기대하는 사람에겐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싶다.
뭐 어차피 이미 극장에선 막이 대부분 내렸으니 그럴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DVD나 비디오 또는 인터넷을 통한
어둡지 않은 어둠의 루트를 이용해 볼사람들이 많이 생길테니 뭐 그 DVD나 비디오 대여료 만큼은 하는 듯하니까 괜찮다.
1편을 재밌게 봐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기대의 반도 못미쳐 상당히 실망해 버렸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약발도 이젠
거의 다된듯하고 '팩션'도 이젠 다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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