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옛날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영화도 외국 영화도... 그 래서 제 애청프로그램 중에 EBS에서 하는 영화프로그램이 꼭 끼어 있죠. 아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 보기엔 비록 촌스럽고 좀 어색하고 썰렁 개그 같은 부분도 있지만 일단 빠져들면 지금 영화 보다 훨씬 관객을 몰입시키는 그런 요소가 있거든요. 그 어떤 대사 도 그 어떤 행동도 빠져서 볼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야 하 나요? 허리우드에서도 예전 영화들을 자꾸만 리메이크하는 이유중 에 하나가 바로 그 때문이겠죠.
정장을 입고 마치 파티에서 새벽까지 줄창지게 놀다가 나오는 것처 럼 느긋한 자세로 나오는 대니 오션. 그러나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감되어 있던 죄수였습니다. 가석방이 되어 나오자마자 역시 나 또 껀수를 도모하는 그는 포커판으로 러스티를 찾아갑니다. 그 리고 마침내 털어놓는 계획은..... ‘테리 베네딕트가 운영하는 카지 노 금고를 털자!!’ 러스티는 무척 회의적인 표정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겉으로는 신사처럼 말쑥해 보이는 베네딕트지만 자기에게 피 해를 입히는 자는 끝까지 추적해서 패가망신시키는 지독한 인간이 거든요. 게다가 무엇보다 그들이 털려고 하는 그 금고의 보안망이 왠만한 핵기지 보안망보다 더 지독하니까요. 그러나 1억 6천만불은 그런 모든 위험요소를 보상하고도 남을만한 돈이죠. 그들은 자신들 과 같이 행동할 열명을 끌어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종합선물세트(--a;;;)입니다. 이렇게 비싼 스 타들을 모아 놓고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덤덤하게 영화 찍을 수 있 는 감독 몇 명 안 될 텐데... 스티븐 소더버그쯤 되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요. 물론 그 점은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대게 배우들 모아놓으면 자신의 비중에 대해 견제하는 바도 있고 할 텐데 영화 를 보면 별로 긴장하는 바 없이 정말 태연자약한 분위기로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혹시... 감독이 배우들이랑 친해서 같이 놀러가고 싶은데 그냥 가면 민망하니까 영화 찍는다는 핑계로 끌어 모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배우들이 그만큼 감 독을 존중하고 믿는다는 의미도 되겠죠. 그렇기에 각자의 배역에 몰입해서 정말 오션과 그 일당들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각자의 임 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흥미롭게 해주던 그 점이 영화를 실망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뒤돌아 나오던 제 느낌은 정 말 유명한 집에 한정식을 먹고 나왔는데 그냥 3000원짜리 백반 쪽 이 더 생각나는 그럴 때....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굳이 저 배우가 아니더라도 별반 상관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입니다. 기왕 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배우가 나왔기에 빛나긴 했지만 굳이 빠진다 고 해도 별반 상관없다는 기분이요. 게다가 오션네 일당들이 힘을 합쳐 대적해야 할 악당인 베네딕트의 캐릭터가 뒤로 갈수록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앞부분에서는 냉혹하기 짝이 없던 악당이 후반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오션을 빛내 기 위한 이미테이션으로 전락해버리는 게 무척이나 아쉽더군요. 간 만에 앤디 가르시아의 매력이 살짝 보이던 역할이었는데....
[오션스 일레븐]은 ‘역시!!’와 ‘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저를 헷 갈리게 했습니다. 화면이라든가 각 캐릭터 사이의 무게 중심을 적 절히 잡고 있는 것은 ‘역시!!’였지만 긴장감이 확연하게 떨어지고 결말에서 맥이 빠져버리던 건 ‘왠지...’였거든요. 또 하나, 그동안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의 흥행성적은 썩 좋지 않았던 그들이었 는데 뭉쳐놓으니 이정도 파급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역시 이런 게 스타파워인가 싶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함과 스타들의 반짝임 을 한참 보고 있자니 오히려 전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온 원작 [오 션스 일레븐]이 더 보고 싶어지던데요. 찾기 힘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