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액션 영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에다 화려한 예고편, '전쟁의 신'이라는 3류 영화에나 어울릴법한 자극적인 제목까지.. 영화 '로드 오브 워'가 주는 첫인상은 화끈한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이미지였다. 영화를 선택하는 요즘 사람들이 예전처럼 어리숙하지는 않아서 이런 이미지를 기대하고 극장문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개봉 직후에는 이런 기대감으로 영화를 선택했다가 실망(?)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득 메웠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잊혀졌다..
하지만, 한달 정도 지난다음 어둠의 경로(?)에 풀리기 시작한 영화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과는 다른것 같다. 빈약한(?) 액션 연출에 실망했다는 사람들의 의견보다는 한 개인의 고뇌를 잘 그려냈다는 평부터, 무기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현실을 다룬 훌륭한 다큐에 가깝다는 호평까지 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도 후자의 입장으로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며 한 개인이 어떻게 무기관련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어둠의 거래를 통해 자신이 꿈꾸었던 것들을 어떻게 얻고 잃어버렸는지 담담하게 인생의 삶을 관조하고 있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 주인공이 읊조리는 "선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때 악은 존재한다.. 아니다.. 악은 존재한다."는 자탄을 들으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무기수출국이면서도 세계경찰을 자처하며 미국이 선한국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세계평화를 지키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라 맘이 편치 않았다.. 지금도 살상무기들에 의해 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과 "시티 오브 갓"에서 보여졌던 순진한 얼굴로 총을 쏘며 죽이고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생명에 대해 과연 그는 손을 씻으며 "이 사람의 생명에 대해 난 책임이 없다"고 말했던 빌라도의 선언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의 삶이 마치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연약한 인간의 쓸쓸한 뒷모습이 마치 절대적인 가치들을 잃어버리고 상대적인 무언가를 쫓아가면서 허우적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