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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웨이트 오브 워터] 그녀에게 지워진 운명의 무게 웨이트 오브 워터
mvgirl 2002-03-25 오후 4:51:31 985   [9]
약 10여 년 전 나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준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폭풍 속으로(Point Break)>.
대통령 마스크를 한 은행강도단을 조사하는 FIB 신참요원 쟈니 유타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모험과 도전을 인생의 목표하고 있는 사나이들과의 우정과 의리를 보여준 액션영화이다.
영화 속의 멋진 두 남자 주인공의 모습, 미묘한 상황에서 우정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 시원스런 파도, 모험을 즐기는 사나이들의 모습 그리고 사나이들의 집념들이 굉장히 인상깊게 보여진 그런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역동적인 작품의 연출을 맡은 사람이 남성 감독이 아닌 여성감독임을 알고 또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나의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신작 <웨이트 오브 워터(The weight of water)>는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의 신작이다. 1995년에 <스트레인지 데이즈>라는 작품을 선 보였지만 흥행에는 그다지 빛을 보질 못하였고 나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가 부족해서 직접 접하지 못했으므로 10여년 만에 만나는 그녀의 작품이다.

10여년 만에 접한 그녀의 작품은 이전의 작품보다 좀더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이전에 보았던 화면의 역동성은 연출의 역동성으로 옮겨져 좀더 세련된 맛을 주었고 여성이 주가 되어 진행되는 전개방식에서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영화의 내용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외딴 섬 스머티노즈에서 노르웨이 이민자인 아넷과 카렌이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마렌은 가까스로 구출된 이후 이 사건의 범인으로 그녀의 짐에 잠시 머물렀던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루이스 와그너가 교수형을 받고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100년 후, 사진기자인 진은 스머티노즈섬 살해사건에 의문을 품고 취재를 하기 시작한다. 취재를 위해 남편인 토마스와 시동생인 리치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연인 애들라인은 스머티노즈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진은 진범에 대한 윤곽을 잡게되고 여행에 동행한 네 남녀는 미묘한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확실한 진범이 드러나게 될 즈음 그들이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게 되는데…

영화의 구조.
겉으로 보기에 영화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띈다.
100년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요트 여행을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또는 감정의 대립이 깊어가는 부분 부분에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상황이 교차 편집되어 보여지고 더구나 과거의 사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사건 속에서의 과거의 회상이 불가피 했으므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야기의 전개가 혼란스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복잡한 듯 하지만 그 흐름을 읽으면서 영화를 본다면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100년 전 사건과 사건을 조사하는 100년 후의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100년 전에 의문의 범인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 사건이 절정에 이르게 될 즈음 토마스를 두고 심리적 대립을 보이는 던 진과 애들라인의 심리적 대립은 점점 두드러지게 되고 확실한 범인의 모습을 관객이 보게 될 즈음에 그녀들의 대립도 종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과거의 삼각관계에 의해 벌어진 미결 사건이 그것을 풀어가는 현재의 삼각관계와 묘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며 각 시점의 호흡에 따라 화면은 교차로 편집이 되어 세련된 연출 효과를 보여준다.

삼각관계.
100년 전 마렌과 아넷은 이반을 두고 삼각관계에 있다. 친 오빠인 이반을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통을 받던 마렌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100년 후 요트 여행을 같이 하는 진의 남편 토마스와 시동생의 연인 애들라인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들 두 삼각관계에는 100년의 시차가 있는 만큼 굉장히 개별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삼각관계는 많이 닮아있다. 남편의 관심(?)을 애들라인에게 뺏기고 있는 진의 모습은 100년 전 이반을 아넷에게 뺏기고 고통스러워하던 마렌의 모습과 닮아있다.
100년 전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이 점점 마렌과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진은 마렌의 100년 후의 환생 체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00년 전의 현장들을 환상 속에서 마지 자신이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체험을 하는 것이나, 파도치는 바위틈에 마렌이 그랬던 것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나, 과거 마렌이 사랑하는 모습을 점점 닮아가는 진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바았았다. 무엇보다도 폭풍우 속에서 바다에 빠진 진이 물속에서 아넷, 카렌과 조우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마렌이 저질렀던 사건을 결자해지의 측면에서 마렌의 환생체인 진이 사건을 종결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블루톤.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을 많이 접해 보았던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녀는 “Blue”라는 색에 굉장히 집착한다. “Blue”라는 느낌은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과 푸른 바다의 느낌을 준다.
그녀의 전작 <블루 스틸>에서 보여주었던 차가운 블루 톤의 느낌과 <폭풍 속으로>에서 모든걸 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가 주는 신비한 푸른 느낌이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에 모두 녹아있다.
높은 파도가 치는 바위틈에서 웅크리고 숨어있는 마렌의 모습은 자신의 격양된 마음의 표현이고 한편으론 높은 파도와 더불어 자신의 행동을 모두 숨기는 고픈 그녀의 소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차가운 블루톤의 화면은 마렌의 비극적인 사랑을 숨겨야만 하는, 냉정을 유지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심리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며 그녀에게 가해진 비정한 운명의 색깔이다. 블루톤의 색깔은 영화 속에서 바다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그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따라서 영화의 제목 <웨이트 오브 워터>는 어쩌면 그녀(마렌, 진)에게 주어진 운명의 무게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는 기존의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에서 좀더 성숙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여성스러움이나 섬세함으로 작품에 대한 성숙함이 느껴졌다. 또한 미묘한 여성의 심리 묘사는 여성감독으로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느낌이다.

나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을 조사하는 진의 모습은 어쩌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건에 몰입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 작품을 연출하는 그녀의 모습과 극을 주도하는 진의 캐릭터는 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감독으로서 그녀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함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어쩌면 감독은 자신은 극에 집중을 한다기 보다 진이라는 캐릭터에 더 집중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이 영화의 매력 한가지 더.
영화 속에서 토마스로 분한 숀 펜이라는 배우의 매력.
숀 펜이라는 배우는 그다지 잘생긴 배우가 아니다. 그렇다고 흥행성이 높은 영화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다거나 다작을 하는 배우는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배우에 대한 매력을 아직까지 느끼지 못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아내와의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애들라인의 뇌쇄적 매력에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남성의 약한 모습을.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곤 그의 표정이나 눈빛이 전부인데도 흔들리는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고뇌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배역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진 않지만 숀 펜이 연기하는 토마스의 역할은 숀 펜으로 인하여 매력적인 역할로 재 탄생 되었다는 느낌이다.



(총 0명 참여)
jhee65
매력적인 역할로 재 탄생 되었다는 느낌이다.
  
2010-08-22 16:23
너무잘읽었습니다.영화를 본후로도 전 정리가 잘 안됐는데...님의글을읽고이제 정리가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2002-03-2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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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오브 워터(2000, The Weight of Water)
제작사 : Le Studio Canal+, Miracle Pictures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수입사 : 아이엠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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