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진지하게 선택해야할 상황이라면 스토리를 따져 고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으로 추천될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식으로 영화를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들에 대한 별 정보없이 무엇이든 하나 골라잡아야 하는 상황또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일까? 그나마 무난한 방법으로 배우를 보고 영화를 고르라는 충고를 해야하지 않을까?
코미디 영화와 한석규의 만남이라.. 넘버3처럼 성공한 코미디영화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올려놓고 있는 배우지만 썩 기대가 되지는 않는 작품이 예상되었다. 더군다나 홍보과정에서 부각된 그의 어색한 여장은 정말 이 영화를 보고싶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 작품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인지 흥행에서는 대참패를 했지만, 같은 시기에 크게 성공한 가문의 위기같은 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기대했던 것만큼의 재미는 없다. 설정자체는 코미디이지만, 감독의 연출은 부부관계와 가정의 회복이라는 멜로드라마에 맞춰져있다. 하나의 장르에 편중된 연출이 거의 사라진 것이 요즘의 추세이지만 이 작품은 재미있는 멜로드라마.. 이정도가 적당하겠다. 그러니 이 영화가 자지러지는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재미없음에 분노(?)하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업주부의 길에 들어서게된 남성의 아픔과 가정에서 일하면서도 아내와 자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도적으로 삽입된 웃음장치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해서 밋밋해져 버리긴 했지만, 퀴즈왕 출연으로 가족이 하나되는 모습과 남성주부의 속깊은 이야기를 고백하는 순간은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솔직히 뻔한 스토리로 비춰질 수도 있고, 마지막부분의 이야기들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흘겨볼 수 없는 건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소외되고 숨어버리고 싶어하는 사회의 특정계층들의 기를 살려주자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잘 해보려고 했지만 막판에 힘이부쳐 뜻을 이루지 못한 자녀를 대견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하루간격으로 대조적인 웃음을 주는 두편의 코미디영화를 보고난 지금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어떠한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인가? 두시간동안 쉴새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영화가 끝난다음에는 왠지모를 허탈감을 선사하는 그런영화와, 크게 웃겨주지는 못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는 마음속에 기분좋은 무언가를 풍성히 남겨놓는 그런영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한편을 골라 7000원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한다면 과연 난 어떤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